총선, 진로를 고민하는 국회의원들에게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2019. 12. 10(화) 19:26 가+가-
이른바 ‘제3지대’ 신당 창당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내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맞서 ‘진검 승부’를 벌여야 하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야당 및 무소속 현역 국회의원들의 말 못할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광주·전남의 야당·무소속 현역 국회의원들은 전체 의석수 18명 가운데 ▲대안신당 5명(장병완·천정배·최경환·박지원·윤영일) ▲바른미래당 4명(박주선·김동철·권은희·주승용) ▲민주평화당 1명(황주홍) ▲무소속 4명(김경진·이정현·이용주·정인화) 등 14명으로 과반을 훌쩍 넘는 77.8%다. 반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은 4명(송갑석·이개호·서삼석·손금주)에 불과하다.

광주·전남의 경우 역대 선거에서 알 수 있다시피, ‘김대중-노무현’을 계승한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믿음’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에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가 여전히 높아 내년 총선에서도 야당 후보들의 고전이 예측가능한 상황이다.

그간 야당 의원들은 중도개혁 세력들이 하나로 뭉쳐 ‘제3지대’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면 안철수의 국민의당 돌풍이 불었던 지난 20대 총선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었으나,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가면서 이제는 제3의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봉착했다.

제3의 대안이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방안이다. 제1안인 현 소속 정당 후보로 출마하는 방안, 2안인 ‘제3지대’ 신당에 합류해 출마하는 방안 모두가 여의치 않으므로 그동안의 의정활동 성과를 배경삼아 무소속으로 유권자들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일종의 결기인 것이다.

그렇다면 광주·전남 현역의원 가운데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김경진 의원(광주 북갑)처럼 이미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경우도 있고, 별도 신당을 추진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정현 의원(순천)도 있지만 이외에도 최소 5-6명 이상의 현역 국회의원들이 무소속 출마를 신중하게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예상대로라면 현역 의원 최대 8명 이상이 무소속으로 지역민들의 심판을 바라고 총선에 출마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대 총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거둔 성적표는 어떤가.

지난 20대 총선 당시 광주·전남의 18개 선거구에서 출사표를 던진 무소속 후보는 광주시장을 역임했던 강운태 후보를 비롯해 모두 16명이었으나 모두 낙선했다.

제19대 총선에서는 광주·전남의 19개 선거구에서 양형일·조영택·김재균·최인기·신중식 등 전·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해 무려 35명이 무소속으로 나섰으나 당선은 광주 동구에서 출마한 박주선 후보가 유일했다.

20개 선거구에서 모두 18명의 무소속 후보가 출마했던 18대 총선에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역대 총선 중 가장 많은 4명의 무소속 당선자를 배출했다. 무소속 광주 남구 강운태, 목포 박지원, 해남·완도·진도 김영록, 무안·신안 이윤석 후보가 각각 통합민주당 지병문, 정영식, 민화식, 황호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던 것.

20개 선거구에서 진행된 17대 총선에서는 모두 19명이 무소속으로 나섰으나, 나주·화순 선거구에 출마한 최인기 후보만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은 문두식 전 기무사령관을 눌러, 단 1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직후 치러진 17대 총선에서는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DJ(김대중 대통령)의 적통임을 주장했던 새천년민주당 간의 호남 민심 쟁탈전이 치열했다. 그 결과 광주의 7개 선거구는 모두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싹쓸이한 반면 전남의 13개 선거구에서는 열린우리당 7명, 새천년민주당 5명, 무소속 1명으로 표심이 갈렸다.

19개 지역구 의석을 놓고 격돌한 16대 총선에서는 광주 10명, 전남 23명 등 33명의 무소속이 출사표를 던져 광주 남구 강운태, 보성·화순 박주선, 해남·진도 이정일 후보 등 3명이 당선됐다.

이밖에 ▲15대 총선에서는 광주 3명, 전남 20명 등 23명 ▲14대 총선에서는 광주 6명, 전남 14명 등 20명의 무소속 후보가 청운의 꿈을 안고 출마했으나 각각 새정치국민회의(15대), 민주당(14대)의 100% ‘싹쓸이’ 바람에 열외 1명 없이 무릎을 꿇고 말았다.

역대 총선 결과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무소속 후보의 승리는 극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제3의 대안을 놓고 고민 중인 현역 국회의원들이 생각할 수 있는 ‘제4의 대안’은 없는 것일까?

필자는 ‘제4의 대안’ 중 하나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도 훌륭한 선택지라고 본다.

예컨대, 대한민국과 광주·전남을 위해 큰 정치 한번 해 보겠다는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 한 명분을 갖지 못한 중진이거나, 존재감 없는 4년을 보낸 초선, 자신의 정체성조차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재선 의원이 단순히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이당 저당 기웃거리거나 무소속 출마와 관련한 ‘주판알’을 튀겨보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다.

혼탁하고 어지러운 정치 현실 속에서 깨끗하게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도 분명 명예로운 선택이라는 점, 잊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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