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호 태풍 ‘타파’ 피해 복구가 한창인 가운데 나주시의회 의원들이 ‘선진우수사례 벤치마킹’이란 명분으로 태풍 피해 현장을 외면한 채 경북 경주시로 연수를 떠나 빈축을 사고 있다.

25일 나주시의회에 따르면 의원 15명 가운데 2명을 제외한 13명과 의회사무국장을 비롯한 의회사무국 직원 등은 지난 23일 오전 ‘제2차 정례회 대비 의원역량강화 및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국내연수’라는 명목으로 1천5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2박 3일 동안 경주로 연수를 떠났다.

김선용 시의회의장은 SNS를 통해 “태풍피해 복구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연수를 왔지만 배우고 익힘으로써 의원으로서 역할을 얼마나 잘 해내는지로 무거운 마음을 대신한다”며 “이번 연수는 다양한 시민의 이해와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수 첫 날(23일) 김영록 전남지사가 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철저한 태풍피해 조사와 함께 신속한 복구를 당부한 상황에서 나주시의회 의원들이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연수를 떠난 시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피해 현장을 방문해 민생을 살펴야 함에도 불구하고 태풍피해 집계도 마무리가 안 된 상태에서 연수길에 오른 시의회를 향한 질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 A씨(62·봉황면)는 “의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선진지 벤치마킹이란 취지도 좋지만 가장 우선되는 것은 태풍피해 현장이며 피해를 입은 농민들의 마음”이라며 “피해복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시점에 가도 될 연수를 굳이 무리수를 둬가며 당당하게 연수를 떠난 시의회의 이번 처사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의회 관계자는 “이번 연수 일정은 한 달 전에 이미 예약된 것으로 예상치 못한 태풍으로 연수를 갈 것인지 고민이 많았지만 예정대로 진행하게 됐다”며 “연수를 통해 배운 여러 가지 기법과 선진지 벤치마킹을 나주시정에 적극 도입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나주지역에서는 가로수 100주가 전도된 것을 비롯해 수확기를 앞둔 300㏊의 벼가 쓰러지고 210㏊ 농경지 침수, 가지와 호박 시설하우스가 물에 잠기는 등의 태풍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나주=정종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