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마을>

“마을이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주민의 의견과 자연환경을 무시한 난개발 태양광발전사업공사 허가를 취소해 주십시오.”

대규모 태양광발전시설 공사에 나주의 한 농촌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주민들은 무분별하게 산림을 훼손하고, 기본권 마저 무시하고 있다며 허가를 내준 나주시에 즉각적인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나주 다도면 덕동리 내동마을 주민들은 지난 7일 마을회관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마을 미관을 저해하는 것을 물론이고 산림훼손에 따른 자연경관 파괴, 우천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음에도 나주시는 묵묵부답”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태양광발전사업을 저지하고 다시 숲을 살려내야 한다. 주민의견 수렴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내동마을과 인접해 있는 나주시 봉황면 송현리 산 19-4번지 일대(1만1천248㎡)는 울창했던 과거의 숲은 온데간데 없이 개발로 인한 경사 높은 언덕만 고스란히 드러난 상황. 마을 측면으로 공사장이 훤히 비치고 있어 향후 태양광 패널 설치시 눈부심과 이에 따른 농사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마을회관 및 주택과 지방도 818호가 가깝게 인접해 있다는 것이다. 마을회관과 약 60m 거리이고, 지방도와는 약 100m 이내다. 현장의 언덕 바로 아래 20m 가량 떨어진 인근에는 과수원과 선산이 있는 주택 1채가 있다.

주민들은 당초 시공업체와 나주시의 설명에 따라 마을과 인접하지 않은 공간에만 태양광이 들어서는 것으로 알았는데, 현재의 공사부지는 사전에 통보된 바가 없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개발행위 허가 운영지침’에 따라 실거주 주택과 도시계획 구역 내의 주요 도로의 경우 100m 이상 이격거리를 둬야한다. 하지만 나주시는 마을회관이 실거주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주택으로 볼 수 없다며 허가를 내줬다는 입장이다.

또 공사현장 20m내에 인접한 주택은 소유주가 타 지역에 거주함에 따라 실거주 주택이 아니라는 판단에 태양광 설치 기준에는 부합된다는 설명이다.

나주시 도시계획 조례 제21조 개발행위허가의 기준에 따르면, 개발행위로 인해 주변지역에 생태계 파괴 등이 예상된다면 환경오염의 방지, 조경, 녹지의 조성, 완충지대의 설치 등 필요한 조치를 조건으로 하는 경우 외에는 허가해서는 안된다고 규정돼 있다.

70여년째 마을에 거주중인 김모(77)씨는 “어느날 마을을 감싸는 산줄기에서 마을입구까지 이어지는 울창하던 나무들이 싹 베어지더니 민둥산이 드러나 깜짝 놀랐다”면서 “시공업체에서는 앙상한 작은나무 몇그루만 언덕에 세워놓는 것을 대안으로 삼았는데, 이번 여름 많은 비가 내리면 바로 앞 방죽까지 토사가 흘러넘칠게 뻔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주민 박모(82) 할아버지는 “마을보다 높고 경사가 있는 지대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의 반사광이 마을에 빛공해를 줄텐데, 사전에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면서 “이 야산은 개발구역으로 지정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는데, 행정기관으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수차례 태양광발전사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민원을 나주시에 제기하고, 국민신문고에도 올렸지만 아직까지 그 어떠한 답변도 공식적으로 받지 못하고 있다.

나주시는 각 부서별 의견 협의를 통해 민원에 대한 답변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나주시 관계자는 “민원 발생에 따라 허가 기준의 변경이 가능한 선에서 사업주에게 변경을 요구할 수는 있다”면서 “각 지자체별로 태양광과 관련해서는 경사도나 설치 기준 등 조례로 지정해 사업을 진행중인데, 주민 의견 수렴을 포함한 조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오승지 기자

/나주=정종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