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농어민 공익수당을 인상하면서 벼 경영안정대책비 예산을 절반으로 삭감, 지역 농민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합 등 농민단체는 9일 전남도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어 “농업 소득은 10년째 제자리다. 지금보다 농업 예산을 2배 늘려도 모자라는 판에 돌려막기식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농민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농민단체는 “기본소득이나 농민수당을 핑계로 벼 경영안정대책비를 줄이겠다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농민들을 우롱하는 시책”이라며 “전남도와 전남도의회는 벼 경영안정대책비 삭감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직불금 성격의 벼 경영안정대책비는 쌀값 하락과 재해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쌀 농가의 소득 안정을 위한 대안으로 전남도가 2001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지급 상한을 2㏊로 한정하면서 지역 중소농들에게 실질적 소득 보전 효과를 주고 있다.

당초 전남도는 벼 경영안정대책비 예산으로 올해와 동일한 228억원을 편성해 전남도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전남도의회가 매년 60만원씩 지급하던 농어민 공익수당을 내년부터 70만원으로 인상키로 하면서 관련 도 예산을 올해 535억원에서 내년 624억원으로 89억원을 증액했다. 이 과정에서 재원 부족을 이유로 벼 경영안정대책비 예산을 조정, 228억원에서 114억원으로 절반이 삭감됐다.

전남도는 벼 경영안정대책비로 올해 기준 ㏊당 평균 61만원씩 총 120만원 가량을 지급했으나, 내년부터는 ㏊당 평균 30만5천원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전남도는 내년 벼 경영안정대책비 조정이 정부의 쌀값 안정 체계 강화, 농어민 공익수당 확대 지원, 쌀 가격 회복, 시·군 재정 부담 가중, 농어촌 기본소득 도입 등 변화된 농정 환경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쌀값 하락이나 과잉 생산 시 정부의 의무 매입 근거가 마련됐고 ‘공급망 위험 대응을 위한 필수농자재 등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비료·사료 등 필수농자재 급등 시 정부와 지자체가 인상분을 지원하는 체계가 갖춰진 만큼 농가 보장이 두터워진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농어민 공익수당, 농어촌 기본소득 등 각종 현금성 지원 증가로 시·군 재정 여력이 바닥을 치고 있는 점과 벼 외 타 작물과 축산·수산업계에서도 벼 경영안정대책비와 유사한 형태의 지원 요구가 이어져왔다는 점도 감안했다는 게 전남도의 설명이다.

박현식 전남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이번 조정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으나 변화된 농경 환경 속에서 한정된 재원을 보다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한 불가피한 판단이었다”며 “벼 농가를 포함한 모든 농어민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범위에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