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에이스’ 네일을 다시 품으며 외국인 선수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1선발의 잔류는 남은 겨울 전력 재편에서도 결정적 기준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KIA 구단은 26일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James Naile, 1993년생)과 총액 200만 달러(계약금 20만, 연봉 160만, 옵션 2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네일의 KBO 외국인 선수 ‘200만 달러 클럽’ 가입은 역대 4번째다. 더스틴 니퍼트(210만·2017년 두산), 헥터 노에시(200만 달러·2018년 KIA), 드루 루친스키(200만 달러·2022년 NC 다이노스)에 이어 3년 만에 바통을 넘겨받았다.

이로써 네일은 KIA와 3년 연속 동행을 이어가게 됐다. 그는 2024시즌 KBO리그 데뷔 첫해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그해 26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49.1이닝 12승 5패, 평균자책점(ERA) 2.53으로 방어율 왕에 등극했다. 팀에 7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안긴 시즌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선 2경기 1승, ERA 2.53으로 호투하며 팀 통산 12번째 우승까지 보탰다.

올 시즌에도 제1선발로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27경기 164.1이닝, 8승 4패, ERA 2.25, WHIP 1.07. 팀 전반의 부진 속에 승수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19차례의 QS(퀄리티스타트)를 남기며 팀 마운드를 지탱했다. 올 시즌 WAR(대체 선발 대비 승리기여도) 부문도 전체 3위에 오르며 리그 최정상급 기량을 다시 확인시켰다. 두 시즌 통산 성적은 20승 9패, 290탈삼진, 평균자책점 2.38로 팀 전력의 중심에 있는 특급 스타다.

당초 네일은 메이저리그 일부 구단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이탈할 경우 KIA는 단순한 마운드 누수가 아니라 선발 로테이션 전체를 다시 짜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내년 시즌 반등을 위해 그의 잔류는 사실상 ‘선결 과제’에 가까웠다.

KIA는 내부 FA 3인방과의 협상이 더딘 상황에서도 외국인 선수 틀을 재정비하는 투트랙 전략을 가동했다. 협상 지형이 복잡한 만큼 빠른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일단 네일을 지키는 데 성공하며 ‘전력의 축’을 사수했다는 평가다. KIA는 핵심 마운드를 유지함으로써 팀 전력 재편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남은 내부 FA와 추가 외국인 퍼즐이 맞춰지면 내년 시즌 팀 전력의 윤곽도 점차 드러날 전망이다.

계약 체결 후 네일은 “좋은 제안을 보내준 KIA 구단에 감사하다. 언제 어디서나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주는 타이거즈 팬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며 “비시즌 동안 몸을 잘 만들어 갈 생각이고, 팀 동료들과 합심해 광주에서 다시 한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선발진 조각도 맞춰지고 있다. 제2선발 아담 올러 역시 잔류를 희망하고 있어 재계약이 유력하다. KIA는 네일에 이어 올러 계약까지 마무리되면 내년 선발 ‘원투펀치’를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반면 타선에서는 변화가 예고됐다. 올 시즌 35홈런으로 장타력을 보여준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과는 결별 수순을 밟는다. 득점권에서의 기복이 뚜렷했고, 팀 내 전략 변화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구단은 위즈덤의 보류권을 해지하고 새 외국인 타자 영입 작업에 돌입했다.

구단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아담 올러와 재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며, 위즈덤은 보류권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조용하던 KIA의 스토브리그가 네일 재계약을 기점으로 방향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제 시선은 내부 FA 협상, 올러 계약, 아시아쿼터, 새 외국인 타자 영입으로 향한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