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회 광주테크노파크(광주TP) 원장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김범모(59) 후보자에 대해 만장일치로 ‘부적격’ 결론을 내리고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지명 철회를 공식 요구했다.

지방의회 인사청문회제도 도입 이후 시의회가 부적격 의견과 함께 후보자 지명 철회까지 요구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시의회 인사청문특위는 18일 인사청문회를 열어 김 후보자의 업무수행 능력과 전문성을 검증한 결과, 주요 검증 자료 제출 거부로 인해 도덕성과 자질을 확인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인사청문특위는 최종 의견서에서 “모든 위원이 만장일치로 전문성과 도덕성 검증이 되지 않은 후보자는 부적격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광주시장은 즉각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인사청문특위는 “그럼에도 시장이 후보자를 임명한다면 향후 발생할 광주TP의 혼란과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시장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가 주요 검증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정회를 거듭하며 파행을 빚었다.

인사청문특위가 요구한 자료는 ▲자녀의 초·중·고·대학 입학·전학·졸업 현황 ▲후보자와 배우자의 최근 5년 간 금융거래 현황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재직증명서·사업자등록증 내용·직업 변동 현황 등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개인정보보호법과 금융실명제법 등에 따라 제출이 곤란한 자료”라며 “배우자와 자녀 관련 자료는 본인 동의가 필요하지만 동의하지 않았고 그동안의 관례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위원들의 거듭된 자료 제출 요구에 김 후보자는 “위원님들과 제가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것 같다”며 끝내 응하지 않았다.

이에 인사청문특위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지방의회의 도덕성 검증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답변에서 공적 마인드를 찾아보기 어렵고 후보자의 경력을 살펴보더라도 전문성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사청문특위는 또 “후보자가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서는 TP가 위원회에 보고한 기존 업무보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절하했다.

이번 결정은 과거 시의회 인사청문 과정을 비교하더라도 이례적인 조치다.

그동안 시의회 인사청문특위가 부적격 의견을 제출한 사례는 7대 의회에서 2015년 윤재만 김대중컨벤션센터 사장 후보자, 엄기욱 광주복지재단 대표이사 후보자, 허성관 광주전남연구원장 후보자 등 3명이다.

이들 후보자는 모두 인사청문특위의 부적격 결정 이후 사퇴했으며 집행부가 임명을 강행한 경우는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없다.

이 밖에도 인사청문 도중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경우는 2017년 박중배 광주도시공사 사장 후보자, 2018년 정상용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후보자, 2021년 정성배 광주복지연구원장 후보자 등 3명이다.

한편, 김범모 광주TP 원장 후보자는 국회의원 보좌관과 국회·정당 사무처에서 정책 업무를 담당한 정치권 출신 인사로 서울외국환중개 전무이사와 광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변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