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방의회에서 국외 출장비를 부풀려 지출했다는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이를 사실로 보면서도 수혜자인 의원들의 처벌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18일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업무상 배임과 사기 등 혐의를 받는 광주 동·서·광산구의회 사무국 소속 공무원 5명과 서로 다른 여행사 대표 9명 등 14명을 송치했다.

이들은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각 구의회가 주관한 국외 출장 비용을 부풀린 혐의를 받는다.

국외 출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당사자 자부담금이 조금이라도 있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항공료 등을 실제보다 높게 책정해 나라에서 지급되는 출장비를 늘렸고 지출 후 남은 금액을 자부담금으로 충당해 출장 당사자들의 부담을 줄여줬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수혜를 본 건 국외 출장을 떠난 각 지방의회 의원들이나, 이들은 모두 법적 책임을 피했다. 이득을 보게 된 과정에 의원들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아서다.

경찰 관계자는 “수혜를 입었다는 사실과 혐의 적용은 별개의 문제”라며 “범행에 조금이라도 관여했다는 게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의원들을 대상으로 소환 조사까지 갈만한 혐의점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관련자 송치로 광주경찰청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의뢰받은 수사를 모두 마무리했다.

앞서 권익위는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전국 지방의회의 국외출장 915건을 점검한 결과 항공권 위·변조 등으로 경비를 부풀린 사례가 405건(44.2%)에 달한다며 전국 단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광주경찰청은 남·북구의회를 제외한 4개 지방의회에 대해 수사했다. 다만 다른 지방의회와 달리 광주시의회의 경우 소속 공무원의 범죄 연루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같은 수사 결과에 따라 광주 지역 공직 사회에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익명의 한 자치구 소속 공무원은 “혜택을 본 건 의원들인데, 책임은 직원들만 지게 된 것 아니냐”며 “여행사를 심의해서 선정하는 의원들이 정말 부풀리기를 몰랐을까 싶다”고 반문했다.

또 다른 공무원도 “설령 몰랐다고 한들 본인들의 국외 출장을 도왔던 직원들이 처벌받을 판인데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는 게 가장 놀랍다”며 “재판 결과에 따라 누군가는 직까지 잃을 수도 있는데, 도의적인 책임도 지지 않는 건 인간적으로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분개해 했다.

한편 전남경찰청도 전남도의회를 포함, 16개 지방의회에 대해 ‘출장비 부풀리기’ 의혹을 수사 중이다.

현재까지 이 수사로 전남경찰청에 입건된 이들은 업무 담당 공무원과 여행사 관계자 20여명인데, 각 지방의회 소속 의원은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