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한미 양국의 관세 및 안보 협상 최종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를 직접 발표했다. 지난달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16일 만에 나온 최종 타결 선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우리 경제와 안보의 최대 변수 중 하나였던 한미 무역·통상 협상 및 안보 협의가 최종적으로 타결됐다”고 선언했다.

통상적으로 장관급이나 수석비서관이 발표할 수도 있는 ‘팩트시트’ 내용을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이번 합의가 갖는 무게감과 더불어 복합적인 정치적 고려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최대 현안’ 해결을 통한 국정 주도권 확보다. 이 대통령 스스로 언급했듯, 이번 협상은 ‘내란과 국가적·사회적 혼란’의 여파로 뒤늦게 출발한, 정권의 명운을 건 협상이었다.

정권 출범 이후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뒤흔들었던 ‘최대 변수’를 대통령이 직접 ‘최종 타결’로 매듭짓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복잡한 국내외 현안에 대한 강력한 국정 장악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다.

‘사실상 공여’ 우려에 대한 정면 돌파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논란거리였던 투자 문제, 즉 ‘원금 회수가 어려운 사업에 투자를 빙자한 사실상 공여’ 의혹을 대통령이 직접 불식시킨 점이 핵심적 성과다.

이 대통령은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한해 투자를 진행한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국민적 우려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협상 성과에 대한 신뢰를 직접 담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안보 주권’ 관련 성과 극대화 핵 추진 잠수함(핵잠) 건조 추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은 역대 정부의 숙원이자 주권과 직결된 민감한 안보 사안이다. 이는 단순한 실무 합의를 넘어선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다.

이 대통령이 이를 직접 발표하며 “미국 정부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강조한 것은 한미동맹의 격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는 한미 원자력 협정의 틀을 넘어서는 전략적 진전으로, ‘핵 주권’ 확대를 향한 중대한 첫발을 뗀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주한미군 지속 주둔, 확장 억제 공약 재확인과 더불어 전작권 환수 의지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한반도 방위에 대한 우리의 주도적 의지”를 관철했음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성과를 “한미동맹의 르네상스 문이 활짝 열렸다”고 자평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합리적 결단”에 감사를 표하며 파트너십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는 “비록 협의가 매듭지어졌지만 이제 시작”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오직 국익만이 영원하다”고 강조한 대목은, 이번 합의를 발판 삼아 향후 ‘국익중심 실용외교’를 본격화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당장 이번 주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이 대통령이 이번 한미 합의라는 외교적 성과를 바탕으로 다자외교 무대에서 어떤 ‘국익’을 더 챙겨올지 주목된다./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