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묵죽도’

‘신-몽유도원도’

2025 APEC 정상회의의 무대가 될 경주에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의 작품이 걸린다. 외교 무대의 긴장감을 완화하고 공감의 장을 여는 ‘심리적 아이스 브레이커(Psychological Icebreaker)’로서 예술의 역할이 주목된다.

이 작가는 오는 31일 개막하는 APEC 정상회의를 맞아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정상회의장, 경주 KTX역 웰컴존, APEC 경제전시장 등 주요 공간에 총 6점의 미디어아트를 설치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의 전통미와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예술을 통해 ‘공감에서 협력으로’ 나아가는 외교적 메시지를 전한다.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곳은 정상회의장이다. 길이 30m에 달하는 초대형 미디어패널에는 ▲고전 회화-해피니스 ▲몽유도원도 ▲금강 내산 ▲묵죽도 등 네 점이 연이어 상영된다.

‘고전 회화-해피니스’는 고요한 동양의 풍경과 LED 빛, 잔잔한 사운드로 회의장을 감싸며 정상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명상의 공간을 만든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재해석한 작품은 이상향을 꿈꾸는 인류의 염원을 담아 각국 지도자들이 공통의 비전을 떠올리게 한다.

‘금강 내산’은 남북의 상징적 건물이 한 산 위에 공존하는 모습으로 ‘분단’을 넘어선 공감의 이미지를, 김홍도 원작을 모티브로 한 ‘묵죽도’는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협력의 바람을 시각화했다.

APEC 경제전시장 입구의 미디어월에는 ‘미래의 문’이 설치됐다. 약 20m 길이의 복도형 구조물에 구현된 이 작품은 신라의 문화유산을 현대적 기술로 재조명하며, APEC의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전한다.

경주 KTX역 웰컴존에는 ‘천년의 문 : 신라의 꿈을 지나’가 공개된다. 첨성대, 석굴암, 금관, 황룡사 9층 목탑 등 신라의 상징을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되살린 이 작품은 K-컬처의 뿌리와 미래를 잇는 관문이다. 특히 블랙핑크 제니의 뮤직비디오 ‘ZEN’ 영상이 연이어 상영되며 전통과 현대 한류가 만나는 독특한 융합의 장을 연출한다.

이이남 작가는 “예술은 언어를 초월한 대화의 방식이다. 서로 다른 문화가 예술 속에서 만나고, 그 만남이 공감으로 확장될 때 진정한 협력이 시작된다”며 “한국의 전통미와 기술이 만나 세계가 예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과거 남북정상회담에서도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한 그의 작품은 이번 APEC 정상회의 특별전에서도 언어와 이념을 넘어 소통의 통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이남 작가는 최근 광양국제미디어아트페스티벌 개막식 총감독을 맡아 성황리에 행사를 이끌었으며, 중국 쑤저우 우문화박물관 ‘예술 입은 한복’전과 항저우 전시에도 참여하는 등 활발한 국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