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광주 북구갑)이 국가AI컴퓨팅센터 전남 입지 공모를 계기로 불거진 광주·전남 간 경쟁 구도를 ‘윈윈’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으로 ‘서남권 산업투자청(가칭)’ 설립을 공식 제안, 실현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정준호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광주·전남을 ‘제로섬’이 아니라 ‘윈윈’하는 서남권 광역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 투자 뿐만 아니라 국내외 기업과 자산운용사, 투자자를 직접 모으기 위한 전담 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공약인 ‘5극 3특’ 전략과 광주·전남의 광역 연합 논의를 언급하며 “형식적인 행정적 통합보다는 미래산업 투자 확대를 위한 투자청 설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남권 전체가 함께 성장하는 광역도시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게 정 의원의 설명이다.

정 의원이 구상하는 ‘서남권 산업투자청’은 광주시·전남도가 대주주로 출자하고, 산업은행과 지역은행, 국내외 투자기관 등이 추가 출자하는 방식이다.

투자청은 확보된 자본을 바탕으로 서남권의 ▲AI·컴퓨팅·데이터센터 확대 ▲고성능 반도체 제작 ▲AI 모빌리티 상용화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 ▲R&D 투자 및 전문 인력 양성 ▲전략 기업 유치 등에 대대적인 투자를 집행하는 ‘권역형 산업은행’ 모델을 목표로 한다.

그는 광주의 강점(전남대·GIST·국가AI데이터센터·도심 실증)과 전남의 강점(재생에너지·냉각수·넓은 토지)을 투자청이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 의원은 “최근 호남에 대한 국내외 투자기관과 AI 기업의 투자 사례가 늘고 있다”며 “투자청이 서남권 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남권 산업투자청’이 광주·전남 상생을 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특히 ▲초기 재원 확보 방안 ▲광주·전남 간 확고한 협력 ▲민간 투자가의 실질적 참여 유도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가장 큰 난관은 재원 확보다. 광주시·전남도가 ‘대주주’로 참여해야 하지만 두 지자체 모두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아 수천억원의 초기 출자금 마련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대주주’로서의 지분율을 어떻게 정할지도 민감한 문제다. 출자 비율에 따라 향후 투자 방향과 의사 결정 권한이 달라질 수 있어 자칫 설립 초기부터 양 지자체 간 ‘제2의 제로섬 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

투자청이 설립되더라도 운영 과정 역시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투자청이 유치한 자본과 사업을 광주와 전남 중 어느 지역에 우선 배분할 것인지를 놓고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AI컴퓨팅센터 유치 과정에서 드러난 대로 지역의 이익이 첨예하게 맞부딪히는 사안에서 ‘윈윈’이라는 총론은 쉽게 동의되지만 ‘각론’에서는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서남권 산업투자청’ 성공을 위해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출자금에 그치지 않고, 국내외 민간 자본을 유치해 ‘투자-회수-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민간 투자자들은 수익성을 최우선 고려한다. 만약 투자청이 정치적 논리나 지역 안배에 따라 비수익성 사업에 투자를 강행한다면 ‘관제 펀드’로 전락해 민간 자본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