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사이사이가 다 쓰레기예요. 족히 5년은 넘은 것 같은데 누가 나서서 치우는 모습은 통 못 봤네요.”

26일 오전 광주 남구 효천1지구 공원 인근 한 공터는 성인 남성의 허리 높이보다 무성하게 자란 풀 사이로 온갖 종류의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부러진 밀걸레와 텅 빈 마대자루 같은 폐기물은 물론이고 재활용품으로 수거돼야 할 것들도 다양했다.

개중에는 비닐과 스티로폼 등 가벼운 것들도 다수였는데, 강한 바람에 도로 바깥으로 밀려나 오가는 차에 치이기 일쑤였다.

햇볕에 색이 바랜 한 페트병의 라벨에는 유통기한이 2020년으로 적혀 있어 투기 행위가 수년 전부터 이뤄져 왔음을 짐작케 했다.

실제 네이버 로드뷰로 해당 구간의 과거 시점을 살펴본 결과 2019년 6월부터 ‘쓰레기 더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같은 공터는 효천1지구 공원 인근에 띄엄띄엄 들어선 상가들의 사이마다 존재했고 일부에는 ‘쓰레기 불법투기 금지’라고 적힌 안내문이 설치돼 있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인근 주민들은 “아무런 효과도 없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임암동 주민 김모(30대)씨는 “상가 이용객을 제외하면 인적이 드문데도 불구하고 쓰레기는 오갈 때마다 늘어나 있다”며 “우거진 풀숲에 박혀있다시피 하다 보니 여름철에는 악취도 풍긴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시각 동구 용산동 한 카페 인근 공터의 상황도 비슷했다. 풀숲에 불이 옮겨붙을 위험이 커 보이는 담배꽁초부터 종이 박스 등의 쓰레기가 부지 곳곳에서 포착됐다.

한켠에는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컨테이너와 간이 화장실도 들어서 있었는데, 주위에는 쓰레기가 특히 많이 모여 있었다.

용산동 주민 안모(30대)씨는 “아이와 함께 공원에 갈 때마다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는 걸 본 후로부턴 미관상 좋지 않아 우회해 가고 있다”며 “행정 당국이 조금만 신경 쓰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서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광주 지역 일선 자치구 관계자들은 “현행법상 사유지의 경우 행정 당국 차원의 정비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남구 관계자는 “쓰레기 투기 관련 민원은 토지 소유주에 관계 없이 접수되지만, 사유지에 대한 조치는 정비 협조 요청 외 불가능하다”며 “소유주가 자신의 땅에 보관하고 있는 물품이 아닌 것으로 명확해 보이는 쓰레기여도 행정에서 치울 경우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자치구 관계자도 “투기 근절을 위해 표지판이나 CCTV 설치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적발되는 경우를 제외하곤 과태료 부과도 어렵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윤찬웅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