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여전히 마무리와 수비 불안이다. 시즌 내내 반복된 약점으로 순위 싸움에서도 발목을 잡고 있다. 단순히 몇 경기 패배가 아니라, 팀 전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다. 최근 두산과의 2연전은 이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였다.

15일 잠실 경기에서 KIA는 한 점 앞선 9회말 2사에서 포수의 3루 송구 실책으로 동점을 허용한 뒤, 연장 11회 끝내기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하루 뒤인 16일에는 9회초 위즈덤의 동점포와 김태군의 적시타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9회말 마무리 정해영과 조상우가 잇달아 흔들리며 다시 끝내기를 허용했다. 두 경기 모두, 막판 집중력 저하와 뒷문 난조가 겹치며 패배로 직결됐다. 주중 삼성 원정 3연전 스윕으로 끌어올린 기세도 잠실에서 멈췄다.

순위표는 KIA의 위태로운 상황을 보여준다. 53승 52패 4무(승률 0.505)로 5위에 머물러 있다. 3위 롯데와는 2경기 차, 6위 kt·7위 NC와는 불과 1경기 차다. 언제든 상위권 도약이 가능하지만, 동시에 추락도 순식간인 살얼음판 경쟁이다.

문제는, 시즌 초부터 불거진 불펜 불안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팀 불펜 ERA는 5.00으로 리그 9위, WHIP(1.58)과 피안타율(0.277) 역시 하위권이다. 6월 한때의 반등세는 흔적조차 없다. 구단은 최근 투수 코치를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특히 마무리의 부진이 뚜렷하다. 정해영은 26세이브로 리그 3위지만 블론세이브도 3위, 8월 들어 ERA 7.71, 피안타율 0.300으로 흔들리고 있다. 전반기 24홀드를 기록한 ‘셋업맨’ 조상우 역시 후반기 ERA 10.13, 피안타율 0.440으로 급격히 부진하다. 올 시즌 두 선수의 블론세이브만 9개, 팀 전체는 17개로 리그 두 번째로 많다. 승리를 지켜야 할 마지막 3아웃이 KIA에겐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수비도 문제다. KIA는 올 시즌 94개의 실책으로 리그 세 번째로 많다. 시즌 전체에 걸쳐 이어진 잦은 실책은 팀 리듬을 흔들고, 순위 싸움에서 안정감을 잃게 만든다. 15일 두산전에서 나온 송구 실책처럼, 한 번의 집중력 저하가 승부 전체를 뒤집는 장면은 더 뼈아프다. 반면 리그 상위권 팀인 LG와 한화가 60개대 실책으로 안정된 수비를 보여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타선은 차츰 응집력을 되찾고 있지만, 결국 승부는 9회 막판 싸움에서 갈린다. 상위권을 노리는 팀이 반드시 갖춰야 할 마지막 안정감이 KIA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상위권은 눈앞이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삼성 원정 스윕의 기세도 마무리와 수비 취약 앞에 빛이 바랬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순위 경쟁에서 밀려나는 건 피할 수 없다. KIA 벤치의 빠른 대응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