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4·10 총선)가 치러진 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광주·전남 주요 선거 사범에 대한 재판은 대부분 현재 진행형이다.

이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상 강행 규정 ‘6·3·3 선고’도 지켜지지 않다시피 해 ‘사문화’ 평가를 받아온 이 원칙이 더욱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12부(박재성 부장판사)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안도걸(광주 동남을) 국회의원 등 12명에 대한 9번째 재판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까지 포함하면 11번째다.

안 의원은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사촌 동생 A씨 등과 공모해 불법 전화홍보방을 운영하며 문자메시지 발송 등을 담당한 경선 운동 관계인 10여명에게 총 2천500여만원을 대가로 지급한 혐의 등을 받는다.

앞선 재판에서 검찰은 증인 신문을 통해 공소사실 모두 인정할 수 없다는 안 의원 측과 A씨 간 공모 관계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이날도 증인 신문이 이뤄졌으나 구형까진 이어지지 않았다.

공직선거법 제270조(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 상 1심 선고는 기소로부터 6개월 이내로 두고 있어 안 의원의 경우 지난해 10월2일 공소장이 접수된 걸 감안하면 이달 초에는 결과가 나왔어야 했다.

같은 조항에서 2심 선고는 1심 결과가 나온 날부터 3개월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같은 혐의로 지난 1월9일과 1월17일 각각 1심 선고를 받은 김문수(순천·광양·곡성·구례 갑)·신정훈(나주·화순) 의원에 대한 2심 선고도 모두 이뤄졌어야 했다.

그러나 두 의원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은 다음 달 1일 광주고법에서 열릴 예정이라 강행규정 ‘6·3·3 선고’가 또 한 번 지켜지지 않는 사례로 남게 됐다.

본인이 직접 기소된 건 아니지만, 회계 책임자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면서 직위 상실 기로에 섰던 박균택(광주 광산갑) 의원에 대해선 이 원칙이 지켜졌다. 다만, 검찰과 피고인 모두 항소하지 않은 채 1심 판결이 확정된 사례라 다른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같은 잣대로 평가하긴 어려워 보인다.

검찰의 실수로 공소 기각 판결을 받았으나 재기소 된 정준호(광주 북구갑)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공판준비기일부터 절차를 다시 밟을 예정이라 선고까진 한참 걸릴 전망이다. 첫 재판은 다음 달 23일로 예정됐다.

정 의원의 경우 지난해 7월24일 광주·전남 지역 4·10 총선 사범 중 가장 먼저 기소됐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재판 진행은 가장 더딘데, 공소 기각 판결이 나오기 전에도 1심 선고 6개월 이내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지연 사유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구속 피고인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불구속 사건 중 선거법을 최우선 배당하며 처리하고 있다”면서도 “(구속) 만기가 임박한 사건들이 너무 많다 보니까 현실적으로 ‘6·3·3 선고’를 지키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관 증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돼 내년부터 시행되는데, 법원 행정처가 형사 재판부를 최우선적으로 늘려줄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법관 수 증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