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꿈꿨었다/이 시대의 달마를/우리는 통했었다/달마를 사이에 두고/우리는 걸림 없었다/달마의 인연 끈으로/우리는 받았었다/달마가 주는 미소까지/시 짓고 그림 그리는 동안/달마는 우리의 안락처였다”

진도에서 태어난 선후배 인연의 시인과 화가가 시화집을 펴내 눈길을 끈다.

황청원 시인과 김양수 화가가 펴낸 ‘달마가 웃더라 나를 보고(책만드는집刊)’다.

김양수 화가(左), 황청원 시인

20여 년 째 안성 무무산방에서 귀범전가의 삶을 살아가는 황 시인은 달마가 2천년이 지난 오늘 안성으로 온다면 어떤 말을 할지 시로 썼다. 후배 화가 김양수는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다.

이 시화집은 75편의 시와 75폭의 달마화가 짝을 이루고 있다.

글자 그대로 시 그림집이다.

예를 들어 요즘 무엇을 깨달았냐고 물으면 시인은 이렇게 대답한다.


“어느 때는 부처를 머리에 이고/ 어느 때는 부처를 발아래 밟고/ 어느 때는 부처를 마음에 품고” -작품 ‘오도송’


그러면 화가는 정과 망치를 든 달마가 불상을 새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림굴에 들어간 달마는 무엇을 했을까. 시인과 화가는 시를 읽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화가는 달마가 동굴 속에서 헤드랜턴을 이용해 시를 읽는 그림을 그리고 시인은 사무치는 마음을 시로 쓴다.


“혼자 시를 읽은 밤 마음이 고요하다 막힌 산도 없이 사는 길이 보인다” -작품 ‘시 읽는 밤’


이런 그림도 있다. 빨래를 한 달마가 빨랫줄에 옷가지를 너는데 그 옆에는 새가 날아와 깃털을 말린다. 시인의 묘사가 정답다.


“긴 빨랫줄에 빨래를 널자 높새바람 살랑 분다/ 살면서 얻은 그 젖은 시간들 새처럼 푸덕댄다/ 오늘은 새가 물기 서린 깃털 말리듯 나를 말린다” -작품 ‘빨래 끝’


황 시인 특유의 명상이 담긴 짧은 시에 김양수가 새롭게 해석해 그려낸 달마도는 시를 읽고 그림을 감상하는 독자에게 오랫동안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긴다.

한편 저자 황청원 시인은 동국대를 졸업하고 197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우리나라 새벽안개’, ‘사랑도 고요가 필요할 때가 있다’, ‘늙어서도 빛나는 그 꽃’ 등이 있다. 오랫동안 방송 진행자 일을 해오고 있으며 노래시 ‘소금장수’가 교과서에 실린 바 있다.

화가 김양수는 동국대학교와 중국 중앙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에서 제자들에게 그림 공부 가르쳤다. 그동안 40회의 국내외 개인전을 열었고 틈틈이 글쓰기에도 열중해 선시화집 ‘산 아래 집 짓고 새벽별을 기다린다’ 등을 출간하기도 했다.

현재 황 시인은 안성 죽산 용설호숫가 무무산방에서, 화가는 진도 여귀산 이견토굴에서 작업 중이다.

시그림집 ‘달마가 웃더라 나를 보고’ 출판기념전은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린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