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다 잡아들여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국회측의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해 그동안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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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전 1차장은 4일 오후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구체적 체포 대상자 없이 지시했다”며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체포조 명단을 불러줬느냐”는 질문에 홍 전 차장은 “국정원장 공관에서 서서 명단을 받아적었다. 명단 호명 당시 다 받아 적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위치 추적 요청이 있었으나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를 국정원장에게도 보고했다”며 “당시 국정원장은 내일 얘기하자며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이날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한 전직 군 장성들은 국회측의 질문에 증언을 거부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을 쏟아냈다. 대신, 군 장성들은 윤 대통령측의 질문에는 답변해 대조를 이뤘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날 증인으로 나와 정치인 체포 명단 관련 질문에 증언을 거부했다. 여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14명의 체포 명단을 받은 사실이 있냐’는 국회측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고 “형사재판에서 답하겠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장관으로부터 지시받은 사항을 이해해서 부하들에게 얘기한 것이고, 부하들 각각에게 지시사항을 전파하는 과정에서 서로 이해한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며 “형사재판과 관련한 부분이라 자세히 진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첩사 수사단으로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우선 체포하라는 지시가 있었음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는 “증거기록을 보면 그런 진술과 반대되는 진술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여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무렵 조지호 경찰청장과 전화 통화에서 특정 인물들의 이름이 담긴 명단을 전달하며 위치 정보를 요청한 사실은 인정했다. 여 전 사령관은 “조 청장에게 두 가지를 협조 요청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첫 번째는 법령과 작전 계획에 따라 합동수사본부가 구성돼야 하니 경찰 인력을 보내달라는 것, 두 번째는 특정 명단에 대한 위치 파악이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여 전 사령관의 증언이 끝난 뒤 발언 기회를 얻어 “12·3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군 투입을 자신이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에 (군을) 보내라고 한 것은 제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얘기한 것”이라며 “범죄 수사 개념이 아니라 선관위에 들어가서 국가정보원이 다 보지 못했던 선관위 전산 시스템이 어떤 게 있고, 어떻게 가동되는지 스크린(점검)을 하라, 그렇게 해서 계엄군이 들어간 것으로 저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에 앞서 이날 오후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한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도 윤 대통령의 전화 지시 등과 관련한 답변을 대부분 거부했다.

이 전 사령관은 “저도 형사소송에 관련돼 있고 검찰 조서에 대한 증거 인부(인정 또는 부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엄중하고 중요한 상황임을 알지만 (답변이) 상당히 제한되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후 국회 측 대리인단의 ‘수방사 병력에 국회 담을 넘어 진입하라고 했냐’, ‘병력에 진입하라고 한 무렵에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나’ 등 질문에 모두 답변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이 전화하는 일이 자주 있었는지, 윤 대통령으로부터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라’는 지시를 받았는지 등의 질문에도 모두 답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통화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도 “이 부분은 제 재판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답하지 않았다.

정형식 재판관이 “대통령과 통화한 건 맞느냐”고 묻자 이 전 사령관은 “그렇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재차 “답변드리기가 제한된다”고 했다.

/김재정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