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가 전체 재배 면적 중 10% 이상 일괄 감축을 강제하고 미이행 페널티까지 부과하면서 쌀값 하락에 대한 책임을 농민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재배 면적 8만㏊ 감축을 목표로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시행한다. 감축 면적은 지난해 전체 벼 재배 면적 69만7천713㏊의 11.4% 규모다.

감축 면적은 전남이 1만5천831㏊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지난해 전남 쌀 재배면적 14만7천738㏊의 10.7%를 차지하며 최근 5년 간 줄어든 재배면적(8천492㏊)의 2배에 달한다.

전체 벼 재배 농가는 타작물 전환, 친환경·가루쌀 전환, 휴경 등을 통해 재배면적을 10% 이상 감축해야 한다. 농식품부는 농가 참여 유도를 위해 올해 ‘전략작물직불제’ 예산을 575억원 확대하고 하계 조사료와 밀 지급단가를 ㏊당 각각 70만원, 50만원씩 인상할 계획이다.

이행 여부와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페널티도 부과할 방침이다.

감축 목표 미달성 지자체에 공공비축 물량 최대 15% 감축 페널티를, 초과 달성은 공공비축미 추가 배정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개별 농가도 감축 이행 시 공공비축미를 우선 배정하되 미이행 시 아예 배정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그러나 농민단체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가 소득 불확실성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영농권·재산권까지 침해한다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과 전국 쌀생산자협회 광주전남본부는 지난 16일 전남도청 앞에서 벼 재배면적 강제감축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쌀값 하락 책임을 농민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정책 폐기를 주장했다.

정학철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사무처장은 “일방적인 감축은 농민 소득 감소 등 피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쌀 수입 중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2월부터 농가를 대상으로 감축을 통보해야 하는 전남도의 우려도 적지 않다.

전남도는 지난해 10월부터 농식품부에 세 차례 공문을 보내 미참여 농가 페널티는 불합리하며 감축 면적에 대한 공익직불금 추가 지급 등 농가 소득 보전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밭작물 재배시설 기반 구축 지원, 사료용 쌀 확대 재배로 곡물사료 원료 국산화 등 재배면적 감축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시했다.

대체작물 전환을 위해서는 배수시설·재배방법 개선 등 많은 준비 작업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촉박해 고령의 농민들이 불가피하게 휴경을 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남도 관계자는 “농민들은 사실상 인센티브 없이 페널티만 부과되는 것으로 체감할 것”이라며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감축 면적을 현실성 있게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