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수괴’ 등의 혐의로 체포되자 광주시민들은 온종일 “당연한 일”이라며 “옹호세력들이 뿌리 뽑힐 때까지 촛불을 들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5일 오전 7시33분께 ‘1차 저지선’을 통과했다는 언론 보도를 출근길에 접한 시민들은 “이번에는 성공하겠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로부터 약 1시간 동안 ‘2차 저지선 통과’, ‘철문 개방’ 등 예상보다 순조로운 과정이 연이어 들려오자 기대감은 커졌으나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와 ‘자진 출석’을 협상한다는 소식에 “저게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후 오전 10시33분께 체포영장이 집행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시민들은 “이제 됐다”며 아직 소식을 접하지 못한 주변에 서둘러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광주에서 열린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왔던 시민들은 “탄핵 인용과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총궐기대회에 5차례 참석했다는 이서연(27·여)씨는 “많은 시민들이 추위에 떨면서도 목소리를 내 온 것에 대한 결과가 오늘의 윤석열 체포라고 생각한다”며 “무너졌던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된 만큼 탄핵이 인용되고, 처벌을 받을 때까지 투쟁에 함께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진형(31)씨는 “오늘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다시 시작하는 날”이라며 “수사 기관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명심하고 윤석열에 대해 엄격하고 신속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엄 후 탄핵 소추안 가결과 윤 대통령 체포 등 각 사건마다 위정자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둘로 쪼개지면서 ‘반목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조속한 정상화에 대한 바람도 잇따랐다.

실제 이날 광주에서는 윤 대통령 체포를 두고 찬반 진영 간 충돌이 빚어졌다.

국민의힘 광주 당협위원장 중심으로 구성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자유민주주의 수호 광주연대’는 이날 오후 2시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 시작에 앞서 개최 소식을 접한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은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하려던 윤 대통령 체포 관련 입장 발표 장소를 광주시의회로 옮겼다.

이에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연대의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광주비상행동이 강하게 항의해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장을 지켜본 광주시 한 공무원은 “각자 지향점은 다를 수 있으나 누군가가 부추기는 반목에 시민들 간 충돌이 빚어졌다는 데 대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한다”며 “개인의 일상 복귀와 함께 국가도 하루빨리 안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광주비상행동은 “매주 토요일에 열었던 집회는 앞으로도 계속된다”며 “내란의 주도자는 물론, 공범뿐만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모든 이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