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권’은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의료자원은 수도권과 지방, 지방에서도 도시와 농어촌 사이에 큰 격차가 존재하며 이는 지역 간 건강 불평등을 유발한다. 의료 접근성의 차이는 질병 예방과 치료, 나아가 삶의 질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의료자원 분포는 크게 차이가 난다. 수도권에는 대형 종합병원과 고난이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 기관이 밀집해 있어 그 지역 국민은 다양한 진료를 쉽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방으로 갈수록 종합병원은 물론 전문의를 확보한 병원조차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전남도와 같은 중소도시, 농어촌 지역에서는 의료자원 부족으로 인해 기본적인 의료서비스조차 받기 어려운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접근성의 문제 뿐만 아니라, 치료받을 권리 자체에 영향을 미치며 지역 주민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하게 한다.

지역간 의료자원의 불균형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 의료서비스의 수익성 문제로 볼 수 있다. 민간 의료 기관들이 수익을 위해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 또는 대도시에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 가지 원인은 2004년 개통한 KTX를 들 수 있다. KTX 운행 이후 수도권과 지방의 이동 시간이 대폭 단축되면서 지방의 환자 유출을 심화시켰다. 이는 지방으로 갈수록 의료 수익이 떨어지는 상황과 맞물려 의료자원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남도는 여러 대책을 모색해 왔다. 예를 들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원격진료를 통해 의료 취약 지역 주민들에게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원격진료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줄여주며 전문 진료가 필요한 농어촌 주민들이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좋은 대안이다. 그러나 여전히 법적 규제와 기술적 문제로 인해 본격적인 시행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확충을 통한 지역 의료 강화도 중요한 과제다. 지방 공공병원에 대한 예산을 늘리고 의료 인력 확보에 집중하며 지방 의료 환경을 개선해 가고 있다.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을 통해 공공의료 역할을 하게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 힘에 부친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의료진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남도는 지역의 부족한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의과대학 설립 당위성을 지난 수십 년간 정부에 건의해 왔고, 지난해 11월에는 순천대학교와 목포대학교의 통합의과대학 설립을 다시 정부에 건의했다.

물론 의과대학이 설립된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의과대학 설립과 함께, 의대 졸업 이후에 지역에 남아서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같이 돼야 한다. 지역인재 전형이나 지역의사제도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근무와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대책도 필요할 것이다.

헌법 제36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국민의 건강권을 규정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전남도에서 노력해 왔던 의과대학 설립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정부는 답변해야 한다. 지금의 의료는 공평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