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가 2차 시도 끝에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현직 신분으론 헌정 사상 처음이다. 자진 출석 형태를 취하겠다는 의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호처는 경내 진입을 막지 않았다. 이달 초 1차 진입 때와 달리 길을 열었다. 우려됐던 불상사는 없었다. 국민들은 새벽 시간부터 TV 생중계로 진행 상황을 지켜봤다.

윤 대통령은 당당하다. 불법 수사지만 응할 수밖에 없다는 항변으로 지지자들을 위로했다. 녹화된 영상 메시지를 통해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고 했다.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200쪽이 넘는 질문지를 보강해왔다. 조사는 3층 영상녹화실에서 이뤄지며, 48시간 안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위법하고 위헌적인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은 군경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권능을 정지시키며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을 일으킨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사전 모의부터 세부 실행까지 전 과정을 캐물으며 입증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진술을 거부하고 있으나 추가적인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제 법치의 시간이다. 한 달이 넘는 43일 만에 피의자가 체포되면서 사건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내는 철저한 수사와 함께 민주주의의 회복을 염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체의 특혜와 특권은 없어야 하며, 평등 원칙에 입각해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 광주·전남 시민사회는 주권자들의 행동은 이제 시작이라고 굳건한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도 신속하게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

추위와 눈보라를 뚫고 싸운 국민이 만들어낸 승리다. 윤 대통령은 3차례에 걸친 잇따른 소환과 체포영장에 불응했다. 경호원들을 사병처럼 부려 산성을 구축하며 버텼다. 언론 취재를 피해 포토라인에도 서지 않았다. 형사사법체계를 무시한 그는 마지막에도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 했다. 정당한 집행에 응해 품격을 갖춰야 했지만 아니었다. 나라를 더 혼란으로 몰아넣은 책임은 그만큼 더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