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설 명절을 앞두고 장바구니 부담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2일 (사)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설 차례상 비용(4인 가족 기준)이 전통시장 30만2천500원, 대형마트 40만9천51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전통시장은 6.7%, 대형마트는 7.2% 상승한 수치로 대형마트가 전통시장보다 35.4% 비쌌다.

특히 과일류와 채소류의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차례상 물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일류는 전년과 비교해 전통시장에서 57.9%, 대형마트에서 48.9% 상승했다. 가격 변동이 잦은 채소류는 전통시장 32.0%, 대형마트 26.4% 각각 올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통시장에서 부사 사과(3개)값은 올해 1만8천원으로 지난해보다 20.0% 상승했고 배(3개) 가격은 2만7천원으로 두 배가 됐다. 전통시장에서 무 한 개 가격은 지난해 2천원에서 4천원으로, 배추는 한 포기는 4천원에서 7천원으로 75.0% 올랐다.

대형마트에서 부사 사과(3개)값은 올해 2만1천240원으로 7.4% 올랐고 배(3개) 가격은 1만7천970원에서 3만4천96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상승하며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는 작년 여름 폭염과 집중호우, 한파 등이 꼽힌다. 배의 경우 여름철 생산량 감소와 품질 저하로 저장량이 줄었고 무와 배추는 지난해 여름 생육 부진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김장철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조기 출하가 많이 이뤄진 상황 속에서 한파로 인한 공급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더불어 사과, 배 등 명절 필수 과일 가격이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자 다른 과일로 수요가 몰리면서 샤인머스캣이나 단감류 등의 수요 역시 증가해 과일류 전체의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설 차례상 비용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설 명절 대책’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로 정부의 민생 대책에 담긴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하거나 정부 할인과 유통업체 할인 품목을 구매하면 실제 설 차례상 비용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설 민생 안정을 위한 대책으로 배추, 사과, 배 등 16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26만5천t)로 공급하고 오렌지 등 수입과일 10종에 대해 할당관세 물량을 신속 도입하기로 했다.

더불어 900억원 규모의 정부 할인 지원과 유통업체 자체할인 연계를 통해 주요 성수품을 최대 50% 할인 지원한다.

온누리상품권으로 농축산물 혹은 수산물을 각각 3만4천-6만7천원 구매하면 1만원 상품권을, 6만7천원 이상 구매하면 2만원 상품권을 환급 받을 수 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할인율도 10%에서 15%로 올렸다.

한국물가정보 관계자는 “평년보다 빠른 설과 최근 한파 영향으로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 있는 품목이 있다”며 “좋은 품질의 재료를 저렴하게 구매하려면 저장 기간이 비교적 긴 품목은 미리, 가격 변동이 잦은 채소류와 같은 품목은 기후 변화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정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