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정원의 두 정의 /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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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1. 12(일) 18:51 가+가-
천세진 문화비평가·시인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됐던 해인 2017년의 9월 어느 날의 서울 강서구,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아이들을 생각해달라고 호소한 학부모들이 있었다. 국가적 정의가 실현됐다던 시기에 약자를 위한 일상의 정의가 어느 정도의 수준이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우리는 그때보다 정의로워졌을까? 최근 블로그 이웃의 글에서 계절근로자로 와서 힘들게 일하고도 월급을 받지 못한 채 그가 있는 지역으로 온 베트남인 부부의 사연을 소개했다. 밀린 임금을 받아주기 위해 알아보는 중에 그런 사례가 허다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그런 한국의 모습에 분노한다고 쓰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승리했다”는 말이 들린다. 승리는 싸움과 전쟁에서 쓰이는, 적대적 상황이 만들어졌을 때 흔히 나오는 말이다. 우리는 정말로 승리했을까? 그런데 왜 한 번의 전투에서 승리했을 뿐이고, 전쟁에서는 졌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걸까. 그것이 명백하고 피할 수 없는 사실일지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계엄 주도 세력이 한국 사회의 최상위 자리까지 승승장구하며 오를 수 있었던 것에는 그만한 생태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과연 그 상황과 무관한가? 수십 년 동안의 저열한 정치적 상황, 반복되는 역사적 비극과 무관한가? 극명하게 대치한 몇몇 역사적 장면에서 정의로운 편에 섰다고 해서 정의롭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다. 우리는 돌발적인 역사적 사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하나의 큰 사건에 대한 태도만으로 정의를 말할 수 없다.
정의에는 두 가지가 있다. 정치의 정의와 일상의 정의다. 정치의 정의는 차라리 실현하기 쉽다. 평소 일상의 정의와 멀리 떨어져 살다가도 정치적 사건에 대해 얼마든지 정의로운 발언을 할 수 있다. 화려한 말과 몇몇 간단한 행동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려운 것은 일상의 정의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들지 않는 것 같은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부터 정의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일상의 정의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드러난다. 말로 이루어지는 정의는 ‘가식(假飾)의 정의’일 수도 있고, 정치적 정의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 진정한 정의는 일상의 정의이고, 정치의 정의도 일상의 정의에서 길러진 것만이 진짜다.
일상에서 정의와 민주가 실현되지 못하면, 정치의 정의는 쉽게 허물어진다. 불과 8년 만에 정치의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 것은 일상의 정의는 조금도 성장하지 않았는데, 정의를 성장시켰다고 믿은 착각 때문이다. 8년 만에 다시 국가적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80% 가까운 국민이 동의하고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인데, 어느 곳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갈취하는 야만이 벌어지고 있다. 그 두 가지 풍경을 따로 떼어놓고 정의를 말하지 않고,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게 하고 나서 우리의 정의를 평가해야 한다.
단 한 번의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특정한 곳에서만 이루어진 정의도 정의가 아니다. 정의가 모든 곳, 모든 상황에서 매번 이어져야 하고 흔들리지 않는 생태계를 이뤄야 한다. 우리는 그런 생태계를 만드는 데 실패했고, 그 결과물을 보고 있다. 윤석열 부부가 일상의 정의와 거리가 멀다는 정보는 충분히 알려져 있었으나, 그는 대통령이 됐다. 지금의 풍경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 힘’의 실패를 상징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실패도 함께 상징한다.
우리는 일상의 정의를 정치의 정의와 연결해 사유하는 생태계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그런 생태계를 만들었더라면 계엄과 탄핵의 비극은 물론이고, 보이스피싱, 전세 사기, 흉악 범죄, 술 취한 차들의 질주, 갑질, 외국인 노동자 착취 같은 정의롭지 않은 풍경은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 나라의 정의는 정치적 수사(修辭)에 있지 않다. 일상이 얼마나 정의롭고 평화로운가로 평가해야 한다. 한 장면에서 정의로웠다고 그 영화를 정의를 노래한 영화라고 평할 수 없다. 삶의 정원 ‘한국’은 아직 어둡고, 어두운 정원의 중심에는 두 개의 나무가 서 있다. 일상의 정의와 정치의 정의 나무다.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다. ‘일상의 정의’ 나무가 너무 작다. 그 나무를 크게 키워야만 정원은 밝아진다.
우리는 그때보다 정의로워졌을까? 최근 블로그 이웃의 글에서 계절근로자로 와서 힘들게 일하고도 월급을 받지 못한 채 그가 있는 지역으로 온 베트남인 부부의 사연을 소개했다. 밀린 임금을 받아주기 위해 알아보는 중에 그런 사례가 허다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그런 한국의 모습에 분노한다고 쓰고 있었다.
우리가 과연 그 상황과 무관한가? 수십 년 동안의 저열한 정치적 상황, 반복되는 역사적 비극과 무관한가? 극명하게 대치한 몇몇 역사적 장면에서 정의로운 편에 섰다고 해서 정의롭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다. 우리는 돌발적인 역사적 사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하나의 큰 사건에 대한 태도만으로 정의를 말할 수 없다.
정의에는 두 가지가 있다. 정치의 정의와 일상의 정의다. 정치의 정의는 차라리 실현하기 쉽다. 평소 일상의 정의와 멀리 떨어져 살다가도 정치적 사건에 대해 얼마든지 정의로운 발언을 할 수 있다. 화려한 말과 몇몇 간단한 행동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려운 것은 일상의 정의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들지 않는 것 같은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부터 정의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일상의 정의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드러난다. 말로 이루어지는 정의는 ‘가식(假飾)의 정의’일 수도 있고, 정치적 정의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 진정한 정의는 일상의 정의이고, 정치의 정의도 일상의 정의에서 길러진 것만이 진짜다.
일상에서 정의와 민주가 실현되지 못하면, 정치의 정의는 쉽게 허물어진다. 불과 8년 만에 정치의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 것은 일상의 정의는 조금도 성장하지 않았는데, 정의를 성장시켰다고 믿은 착각 때문이다. 8년 만에 다시 국가적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80% 가까운 국민이 동의하고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인데, 어느 곳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갈취하는 야만이 벌어지고 있다. 그 두 가지 풍경을 따로 떼어놓고 정의를 말하지 않고,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게 하고 나서 우리의 정의를 평가해야 한다.
단 한 번의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특정한 곳에서만 이루어진 정의도 정의가 아니다. 정의가 모든 곳, 모든 상황에서 매번 이어져야 하고 흔들리지 않는 생태계를 이뤄야 한다. 우리는 그런 생태계를 만드는 데 실패했고, 그 결과물을 보고 있다. 윤석열 부부가 일상의 정의와 거리가 멀다는 정보는 충분히 알려져 있었으나, 그는 대통령이 됐다. 지금의 풍경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 힘’의 실패를 상징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실패도 함께 상징한다.
우리는 일상의 정의를 정치의 정의와 연결해 사유하는 생태계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그런 생태계를 만들었더라면 계엄과 탄핵의 비극은 물론이고, 보이스피싱, 전세 사기, 흉악 범죄, 술 취한 차들의 질주, 갑질, 외국인 노동자 착취 같은 정의롭지 않은 풍경은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 나라의 정의는 정치적 수사(修辭)에 있지 않다. 일상이 얼마나 정의롭고 평화로운가로 평가해야 한다. 한 장면에서 정의로웠다고 그 영화를 정의를 노래한 영화라고 평할 수 없다. 삶의 정원 ‘한국’은 아직 어둡고, 어두운 정원의 중심에는 두 개의 나무가 서 있다. 일상의 정의와 정치의 정의 나무다.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다. ‘일상의 정의’ 나무가 너무 작다. 그 나무를 크게 키워야만 정원은 밝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