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첫날 무안국제공항은 비통함에 잠겨 있었다.

참사로 세상을 떠난 식구들의 유해조차 돌려받지 못한 유가족들은 눈물을 마를 새 없이 쏟아냈다.

◇헌화대 국화 수북…애타는 절규

1일 오전 무안공항 합동분향소는 애타는 절규와 정제된 슬픔이 공존했다.

갑진년 마지막 날을 통곡하며 보낸 유가족들은 이날 식구들의 영정 앞에서 또 한 번 오열했다.

국화를 올리고 그리운 이름을 불러도 좀처럼 가시지 않는 허망함에 유가족들은 텐트에 돌아와서도 통곡을 이어갔다.

일반 추모객들도 그 어느 때보다 엄숙하게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179명의 영정을 바라보며 묵념으로 넋을 기렸으나 이들 역시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무안 주민 유석중(62)씨는 “피붙이를 떠나보낸 슬픔이 남 일 같지 않아 왔다”며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순 없겠지만, 남은 이와 떠난 이 모두 평안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같이 떡국 드시자”…수액 준비도

오전 9시12분께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유가족들을 한 데 모아 “‘뭐하는 거냐’는 소릴 들을 수 있지만 새해 첫날인 만큼 떡국이라도 같이 드시자”고 말을 건넸다.

박 대표는 “어제 저녁 전남도와 봉사자 분들께 아무리 유족들이지만 떡국은 좀 먹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받아 들여주셨다”고 설명했다.

또 박 대표는 “유가족 중 노인이 많은데, 버틸 수 있도록 수액 맞는 시설과 의료진을 요청했다”며 “정신적으로 공황이 올 수도 있으니 상담 가능한 트라우마센터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 대표는 “여기까지 하는 데 조금 많은 시간이 걸렸다. 죄송하다”며 식구들을 돌려받고 진상 규명이 이뤄지기까지 유가족 모두 힘내자고 읍소했다.

◇전국서 단체·개인 봉사자 잇따라

무안공항에는 전국에서 온 단체·개인 자원봉사자들도 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참사 직후부터 텐트 지원 등에 나섰으며, 이날도 청소·배식 등 궂은 일을 도맡으며 유가족들을 도왔다.

개인 봉사자들도 잇따랐다. 일부는 김밥과 삶은 계란 등 먹거리를 나눴고, 몇몇은 손에 장갑을 끼고 공항 곳곳을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수거했다.

역할은 달랐어도 같은 마음으로 도움의 손길을 펼친 봉사자들은 떠나기 전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로하는 글귀를 남기기도 했다.

광주에서 왔다는 한 봉사자는 “희망으로 가득 찬 새해를 보냈어야 하는 많은 이들이 슬픔에 잠겨있는 게 안타까웠다”며 “유가족들이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손을 보태고 싶었다”고 마음을 전했다.

한편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달 말까지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모금을 진행한다. 모아진 성금은 모금회 중앙회와 협의해 유족들 심리 지원 및 학생 자녀들에 대한 장학금 등으로 지원될 예정이다./특별취재반=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