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국회 앞 광장에서 소녀시대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색색의 응원봉을 든 2030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자신들의 목소리를 힘 있게 드러냈다. 계엄령 선포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까지 이어진 이 과정에서, 이들의 존재는 광장을 가득 메우며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하지만 이들의 참여는 이번만의 일이 아니다. 2030 여성들은 과거에도, 지금도 변화를 이끄는 주체로서 늘 광장에 있었다.

서울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된 집회 참여 통계에 따르면 12월7일 탄핵안 표결 당시 20대 여성은 전체 참여자의 18.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성별과 연령대 중 가장 두드러진 수치다. 이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쌓아온 연대감과 정의감을 바탕으로 행동에 나섰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서도 이들은 변화를 이끄는 주요 동력이었다. 이번 집회에서도 2030 여성들은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반면, 이번 집회에서 두드러지게 낮아진 것은 2030 남성의 참여율이었다. 20대 남성은 전체의 3.3%, 30대 남성은 5.3%에 그쳤다. 이는 과거 집회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던 남성들의 참여율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일부 전문가들은 남성들이 집회 대신 온라인 플랫폼에서 의견을 표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한다. 또 다른 견해로는 경제적 불안정과 군 복무 등 생애 주기에 따른 현실적 제약이 이들의 참여를 제한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준석 전 대표 또한 남성들의 낮은 참여율을 군 복무로 설명했으나, 2008년과 2016년 집회 당시 남성들의 높은 참여율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젊은 남성들의 정치적 무관심의 배경에 대해 더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다시 2030 여성들의 참여로 시선을 돌려보면, 국제 언론들도 이러한 현상에 주목했다. BBC는 서울시 데이터를 분석하며 20대 여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2016년 박근혜 탄핵 집회 때와 유사하며, 젊은 여성들의 정치적 행동력이 계속해서 한국 민주주의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BBC는 또한 이들의 참여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조직적이고 연대적인 힘으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영국 가디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으로 젠더 갈등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젊은 여성들이 저항의 상징으로 K팝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르몽드는 “10대 소녀와 젊은 여성들이 윤 대통령의 반여성주의적 태도에 맞서 가장 적극적으로 저항했다”고 보도하며, 이들의 정치적 주체성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르몽드는 윤 대통령을 “항상 반여성주의적이었다”고 규정하며, 이들의 저항이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2030 여성들의 정치적 행동력은 단순히 수치로 측정할 수 없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은 촛불집회 때부터 광장의 중심에서 변화의 주체로서 자리해왔으며, 이번 탄핵 과정에서도 단순히 과거를 바로잡는 데 그치지 않고, 모두가 존중받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됐다. 정치권과 언론은 이들의 행동을 단순히 배경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이들이 기여한 공로를 온전히 인정하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탄핵은 단순히 과거를 바로잡는 일이 아니다. 이는 모두가 존중받고 평등한 기회를 누리기 위한 새로운 세계의 시작점이다. 2030 여성들이 보여준 연대와 행동력은 단순한 순간의 기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갈 힘이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미래는 다양성이 존중받고 차별과 혐오가 없는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밝히고 있다. 광장에서 빛난 2030 여성들의 응원봉은 이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2030 여성은 언제나 광장에 있었고, 언제까지라도 함께 할 것이다.

다시 만날 우리의 세계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