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인 12월25일, 크리스마스의 정신은 바로 ‘이웃을 사랑하라’로 요약해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성경 구절처럼 이웃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녹아들어 있음이다.

이렇듯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떠올릴 때 잊지 않아야 할 것이 바로 ‘나눔과 봉사’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인원들은 아주 다양하고 다채롭다. 그리고 그중에는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소외된 이웃들도 존재하기에 나눔과 봉사는 꼭 필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관심은 크리스마스 등과 같은 연중행사나 가끔 연례행사처럼 열리는 봉사시간 이외에는 사그라들고 마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잠깐의 관심도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나누고자 함이며 이웃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바탕이 된 것이라 하겠지만, 다만 이 같은 선한 영향력이 기한 없이 일년 내내 이어지기는 어려운 현실이라서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다면 크리스마스의 정신이 시즌에만 국한되어지는 캐치프레이즈가 아닌 지속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기 예수의 탄생이 주는 의미도 ‘시즌에 국한될 사랑’은 아니었을 것이다.

제니 니스트럼 作 ‘크리스마스 일러스트’ <위키피디아 검색>

현대인들에게 12월25일은 스웨덴의 여성작가 제니 니스트럼의 그림에 적힌 스웨덴어 ‘god jul’이 뜻하는 것처럼 행복하고 즐거운 ‘메리 크리스마스’일 것이다.

수많은 크리스마스 관련 일러스트를 그린 그녀의 작품들은 당시 상당한 인기를 누렸고 엽서로도 발행됐었다고 한다. 그녀의 일러스트 속에 등장하는 크리스마스의 전경도 매해 돌아오는 크리스마스의 기분 좋은 분위기를 물씬 풍겨내고 있다.

게다가 산타클로스를 상징하는 빨간 모자와 흰 수염을 단 난쟁이들이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쉴새 없이 옮겨 나르고 있는 모습은 성탄 분위기를 고조시켜내고 있는 것만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크리스마스는 바로 이런 모습이다. 그렇지만 크리스마스가 담고있는 진정한 의미가 단지 단편적인 모습만 가졌다고는 볼 수 없다.

예수 탄생의 장면을 묘사한 조반니의 작품 ‘목동들의 경배’를 보며 크리스마스가 전해 주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자.

카를로 곤차가 2세의 궁정화가로 고용돼 이탈리아에 정착한 화가 조반니는 전원풍경과 축제, 특히 동물 그림으로 유명했다고 전해진다. 노아의 방주 등 성서 그림들 속 동물 묘사가 뛰어났고 이는 이탈리아 여타 화가들에게 영향을 주기도 했다.

작품 목동들의 경배에는 성모마리아의 품에 안긴 아기 예수를 중심으로 하늘에는 천사들이 자리해 있고, 땅에는 목동들이 예수를 향해 경배를 드리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팔레스타인 중 가장 작은마을 베들레헴의 가장 낮고 천한 마굿간에서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아기 예수는, 탄생 또한 가장 낮은 위치의 목자들을 첫 증인으로 선택해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는 겸손하고 순종할 것을 성경을 통해 전하고 있음이다.

이윽고 천사들이 아기 예수 탄생의 의미 즉,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목자들에게 전하며 목자들은 천사의 말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게 된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죽은자를 살리기 위해 대신 죽는 것)로 주려함 이니라’(막 10:45)

아주 작은 마굿간에서 아주 낮은 모습으로 난 아기 예수는 ‘희생’을 통해 우리 모두를 구원하려 태어난 것이다. 이처럼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는, 고요하고 거룩하지만 어둠에 쌓인, 너무 깊은 ‘현실의 절망 속에서도 세상에 대한 사랑의 빛을 서로가 서로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이 크리스마스 단 하루만이 아니라 지속적일 수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란 의미이다.

우리 지역에 지속적인 나눔과 봉사가 이뤄지는 곳 중에는 아이들을 향한 사회 활동가들의 행보를 살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광주 광산구에 있는 한국인 이주 동포들과 우크라이나 피난민들 그리고 한국으로 이주한 외국인들이 주를 이뤄 살고있는 고려인 마을과 ‘새날학교’이다.

월곡 2동에 위치한 고려인 마을은 외국인 마을이 형성돼있고 어느덧 구청에 한 과가 새로 개설될 만큼 많은 수의 다문화 가정이 꾸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새날학교 벽화

그리고 이들 자녀들이 주로 다니는 학교는 삼도동에 위치해있는 새날학교다. 일반 학교에서 적응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새날학교에서는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 잘 스며들 수 있도록 한국어 교육을 비롯해 한국문화체험, 문화 예술활동을 통해 한국에 대해 익혀가는 곳이기도 하다.

교육이 다문화 정책을 바꿔놓을 만큼 아이들 교육에 관한 문제는 여러 번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일이다.

새날학교에서는 이를 위해 각고의 노력 또한 진행 중이다. 한국어 등 학습적인 부분 이외에도 진로상담, 벽화 그리기 등의 예술체험 학습을 함께 진행하며 정서적인 부분의 함양에도 신경 쓰고 있다.

낡은 급식실 벽화를 아이들과 화가들이 함께 새롭게 꾸며낸 일도 그중 하나이다. 다양한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는 벽화는 인종의 ‘다양성’을 염두해 디자인된 그림이다. 이 그림을 함께 그리며, 대화도 나누고 그림에 담긴 뜻도 나누는 일이 아이들의 정서함양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을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사랑을 나누는 일에는 범위가 없고 대중이 없다. 그렇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의 빛을 전하는 일이 이슈가 되는 ‘단 하루보다, 소소하더라도 연중 내내 이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봉사에 대한 개념 또한 다양하고 어렵지 않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인식하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벌써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이 돌아왔다. 2024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독자들의 한해는 어땠는지 궁금해지기도 하다.

연말을 맞아 한 해를 잘 정리하며 더불어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여느 때처럼 올해도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이현남·전남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