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장기화에 광주 상급종합병원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예비 간호사들의 ‘기약없는 대기’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해당 병원들이 최근 ‘중증환자 중심 병원’ 전환에 나섬에 따라 간호사 신규 채용의 문은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광주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병원은 기존 규정 ‘신규 간호사 채용 시 2년 안에 임용해야 한다’는 내용에 대해 ‘임용 기간을 1년간 한시적으로 연장한다’고 개정했다.

이는 현재 2년 전 채용된 간호사들이 대기 발령중인데 따른 것이다.

전남대병원은 지난 2022년 12월 치러진 2023년 간호사 채용 시험에서 450명을 합격시키고 284명을 정식 채용했다.

그러나 중도포기자를 제외한 나머지 107명은 빈자리가 없어 ‘대기 순번’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치러진 2024년도 간호사 채용 시험에서도 220명이 합격했으나 전원 임용 대기 중이다.

그동안 대학병원 내 간호직렬은 필요 인원이 많고 이직률이 높아 매년 수백 명을 채용했다. 현원보다 많은 규모를 합격시키고 병원 내 인력 공백이 발생할 때마다 순번대로 즉각 채용하는 식이다.

반면 올해 들어 대학병원과 2차 병원의 간호사 채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정년퇴임자를 제외하면 사직자, 즉 ‘TO’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병원은 의정갈등 장기화로 적자가 누적돼 정년퇴임 등 자연감소 인원에 대해 TO 감축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남대·조선대병원이 최근 보건복지부의 ‘중환자 중심 병원 전환 사업’에 선정돼 일반 입원실 병상, 경증 외래 진료 감축 등을 추진하고 있어 간호사 신규 채용은 희박한 상황이다.

조선대병원도 현재 채용 시험에 합격한 155명의 간호사가 1년째 대기 중이다. 중도포기자는 1명도 없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은 보통 11-12월 중 신규 간호사 채용 공고를 내고 절차를 진행하나 올해는 2025년도 신규 간호사 채용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대 정원 증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의정갈등이 길어져 병원 적자가 누적되고 병원 구조 전환까지 더해지면서 부족하던 간호사가 현재는 오히려 넘치는 상황이다”며 “채용 시험에 합격했음에도 1년 넘게 임용 대기 중인 예비 간호사들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기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