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와 전남이 군공항 이전 문제로 첨예한 갈등으로 양분됐다. 실질적인 이전 권한이 없는 지자체에 툭 던져버린 정부의 무책임한 행위가 발단이다.

정부의 지방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시각도 한 몫 했다. 소통과 상생을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은 잘못도 크다. 광주와 전남, 양 지역 간 갈등과 대립을 풀기 위한 대화와 협의가 역시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정부의 안일하고 애매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다.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군공항이 광주와 전남 어디에 있든 상관없기 때문일 테다.

광주 군공항 이전에 대해 대통령실과 정부는 광주와 전남에 떠맡기고 수수방관하면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향후에도 정부가 안일한 인식과 태도로 양 지역 간 갈등과 반목을 키운다면 광주의 최종 선택은 군공항 폐쇄를 검토해야 한다.

광주 시민의 안전과 피해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광주 군공항에 대해 폐쇄를 요구하면 정부는 피할 수 없는 곤혹스런 상황에 봉착할 것이다. 정부가 극한의 문제에 마주하지 않기 위해서는 광주 군공항 이전에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개입과 정책 지원에 나서야 한다.

광주가 군공항 폐쇄를 진정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국방전력상 폐쇄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지역의 최대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군공항 이전이나 폐쇄가 절실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현대전의 강화된 국방력으로 광주 군공항의 필요성이 축소됐다.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 국방력은 크게 강화됐다. 공군력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광주 군공항은 주력 전투비행장이 아닌 전투기 조종사를 육성하는 교육장인만큼, 타 지역의 공항과 통합하는 것으로 이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폐쇄해도 전력상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강기정 광주시장도 군공항 이전 문제 해결책의 하나로 폐쇄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둘째, 143만 인구의 대도시에 위치한 군공항은 각종 사고와 소음 피해 등으로 시민의 안전을 심대하게 위협하고 있다 .

셋째, 정부는 그동안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수수방관했다. 무책임한 정부로 인해 광주와 전남은 양 지역 간 갈등과 반목으로 치유하기 힘든 상처만 쌓여가고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중앙 정치권은 물론 역대 지역 국회의원들도 그 책임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민감한 지역 현안에 대해 자신의 지역구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관심하고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여온 면도 없지않다. 노력을 안 한 건 아니겠지만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 22대 국회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방위에 광주·전남지역 의원뿐만 아니라, 전북까지 포함한 호남 지역구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 지역 의원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국토위 복안을 제시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본다. 복안이 국회에서 마지막까지 통과돼 실행된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해당 부처인 국방부에서 그렇게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과거는 차치하고 이제부터라도 지역 의원들의 역할을 기대한다. 중앙당과 국회에서 사·보임을 통해 국방위에 들어가려는 노력과 요구를 해야 한다. 지역 내 의원들 간 대화협의체를 통해 협력과 공조를 강화하고,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적극적 개입을 끊임 없이 추동해 나가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5일 광주 민생토론회에서 광주 군공항 이전을 위해 국방부를 중심으로 협의에 나서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143만 광주시민에게 약속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광주 군공항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