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이 죽고 1명이 다친 ‘마세라티 뺑소니’의 경찰 수사가 사건 발생 약 한 달 만에 마무리됐다.

사고를 낸 마세라티 운전자와 동승자, 벤츠 운전자 등 총 4명을 입건한 경찰은 “술을 마셨다”고 진술한 피의자들을 ‘음주운전’ 혐의로도 입건하기 위해 위드마크 공식을 사용했으나, 최종 적용은 한 명에 그쳐 경찰 안팎에서 “현행법의 한계가 또다시 드러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22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범인은닉도피 혐의를 받는 A(30대)씨와 B(30대)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도 적용됐는데, 그는 지난달 24일 오전 3시11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마세라티 운전자 김모(32)씨를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이 몰던 벤츠에 태워 대전까지 데려다줘서다.

B씨는 김씨와 함께 대전에서 내리기 전 김씨가 탈 태국행 비행기표를 예매하는 등 도주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김씨가 낸 사고로 20대 오토바이 운전자는 크게 다쳤고, 함께 타고 있던 그의 여자친구는 사망했다.

김씨는 사고를 낸 지 약 67시간 만에 서울에서 도주를 도운 오모(33)씨와 함께 검거돼 앞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도주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조사 단계에서 김씨와 A씨가 사고 전 함께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시인함에 따라 경찰은 이들을 대상으로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위드마크 공식’을 사용했다.

위드마크 공식은 특정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섭취한 알코올의 질량, 체중, 성별, 시간당 감소량, 경과 시간 등을 고려한다.

그러나 면허 정지 수준으로 측정된 A씨와 달리 김씨는 최종 결과값이 0.03% 미만으로 나와 음주운전 혐의 적용이 불가능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에 김씨의 차에 함께 탔던 B씨도 ‘음주운전 방조’ 혐의에서 벗어났다.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사고로부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검거됐다면 채혈을 통해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순 없었던 상황”이라며 “피의자가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하더라도 명확한 증거 없이는 혐의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마세라티 뺑소니’ 사건 외에도 최근 가수 김호중씨처럼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하더라도 혐의는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잇따라 전문가들은 위드마크 방식 대신 새로운 대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위드마크 방식의 경우 정확한 결과값이 나오는 시간이 지나면 효용성이 떨어진다”며 “수사 단계에서 혐의가 적용되더라도, 추정치이기 때문에 재판에서 증거로 인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법의 구멍을 메울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