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딸 한 강 소설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문학의 쾌거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함께 기뻐하고 있고, 특히 광주시민은 자기가 상을 받은 것처럼 자부심에 벅차있다.

또 외국 사람들의 반응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면 잘 몰랐던 작가인데 놀랍다, 책을 읽어보니 독특하다, 한국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됐다, 인간의 존엄성을 높인 책이라며 축하글로 가득하다.

왜 한 강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받았을까. 세계인의 마음을 잡았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한국의 치열한 현실을 쓰면서도 세계시민에게 통하는 문장으로 인간의 문제를 뛰어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K 컬쳐의 세계적 확산과 한국에 대한 이해 혹은 번역의 힘이 배경이었다는 해석도 맞을 것이다.

수차례 후보에 오르면서 정치적 반대자들의 노벨위원회에 벌인 반대 로비를 이기고 힘겹게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고 김대중 대통령이 특수한 전기를 마련했다면 이번 노벨문학상은 이제 한국 노벨상 수상이 언제든 이뤄질 수 있다는 일반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또 노벨평화상과 노벨문학상이 두 호남인과 광주를 배경으로 선정됐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쉽게 해석할 수는 없지만 광주가 겪었던 삶과 죽음, 민주주의, 인간의 권리와 투쟁에 관한 드라마틱한 역사와 인류보편성의 문제에 대한 지구인들의 공감이 작용했으리라 짐작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지금도 세계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에 비춰 보면 앞으로 한국 광주는 세계인의 공감과 연결되는 코드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복된 내용으로는 안 되겠지만 광주의 치열한 정신은 다른 분야에서의 새로운 세계인의 주목을 이끌 수도 있을 것이다.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에 가면 노벨연구센터라는 곳이 있다. 여기엔 노벨물리상 화학상 등 6명의 과학계 노벨상 수상자들이 전시됐다. 이들은 모두 지스트에 교환교수로 부임해와 연구 강의를 했거나 공동연구협력을 했던 세계적 과학자들이다. 학생들은 물론 외부에서 손님들이 올 때는 늘 이곳을 안내한다.

지스트가 노벨관을 만든 이유는 지스트에서도 노벨상을 받을 과학자를 만들자는 희망 때문이었고 지스트가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노벨관을 통해 학생들은 자부심을 가졌고 방문자들은 지스트에서도 그런 인물이 나올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스트 AI연구자를 비롯한 한전 에너지공대 에너지연구자·전남대의 백신연구자·조선대의 우주항공 연구자·연구소의 공학자 등 여러 학교 연구원에 국내외적으로 뛰어난 공학자들이 있고 젊은 석박사들이 뒤를 잇고 있다. 지스트 차세대에너지연구소장인 이광희 교수만 하더라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앨렌 히거 교수의 연구팀으로 노벨상 수상의 조력자였다.

만일 광주·전남에서 과학계의 노벨상 수상이 이뤄진다면 수도권과 지방의 고질적인 격차 병폐에도 큰 충격을 줄 것이다. 수도권에 더 많은 연구자들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과학자가 수도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대 나와서 지방기업에서 연구했더니 노벨상을 주더라’ 일본 과학계의 전설이다. 일본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3명 모두 지방출신이었다.

광주시 각계가 한 강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필자는 이같은 뜻을 모아 광주시가 우리 지역에서 노벨상이 계속 나올 수 있도록 김대중 노벨평화상과 한 강 노벨문학상을 기념하고 새 노벨상을 고무 할 수 있는 노벨관을 건립하길 제안한다. 그렇다면 한 강 작가도 환영하리라 생각한다. 노벨상이 우리에게 오고 있다. 노벨관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