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특별법에 따른 국가 차원의 진상 조사가 이달 말 종료를 앞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이 사실상 기간 연장에 동의했다. 보성 한국차문화공원에서 열린 제76주기 합동 추념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올해 안에 반드시 진상 규명이 재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부 측 대표 한덕수 국무총리도 추념사를 통해 기대에는 부족할 것이지만 노력하겠다며 공감대를 표했다.

국회 첫 발의 이후 20년 만에 제정된 특별법에도 불구하고 밝혀내야 할 과제가 여전하고 희생자 결정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7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조사 속도는 더디고 희생자 확정도 전체 신고 건수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통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22대 국회 들어서도 여야 간 극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합의 처리가 지연되는 실정이다.

언제나 심의가 마무리될지, 생전에 유족으로 공식 인정받을지 우려가 커지는 마당에 추념식에 처음 참석한 국회의장과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나서 탄력이 붙게 됐다. 우 의장은 정부도 책임을 가지고 더욱 적극적으로 임해 달라고 요청했고 한 총리도 국회와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공권력에 의한 국민의 희생은 명백히 국가 책임이다. 국회가 특별법 개정에 조속히 나서야 하고 정부는 실질 조치와 지원에 더 힘써야 한다. 유가족의 염원인 희생자 심사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체계를 개선하고 전문 인력을 보강하겠다는 약속도 꼭 지켜져야 한다. 전남도 등에 따르면 피해자가 1만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무고한 민간인들이 숱하게 희생당했으며 유가족, 후손들은 빨갱이, 반란군 등 감당하기 어려운 굴레를 짊어진 채 오랜 시간 국가와 사회로부터 외면받아왔다. 정말 면목이 없는 일 아닌가.

명백한 진상 규명과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조사 기간 연장, 특별 및 직권 재심 등이 요구되고 있다. 다시는 비극적인 역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하고 또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