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인과 헤어져 마음을 다잡기 위해 참가했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3시30분께 ‘멍 때리기 대회’가 열린 광주 서구 영산강변 일원은 여느 때보다 고요했지만 한편으론 매우 치열(?)했다.

제9회 서창억새축제 부대행사로 개최된 이번 대회는 바쁜 일상을 지내며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수면 바지에 후드티 등 편안한 옷차림부터 판다, 천사 등의 코스튬까지 각양각색의 참가자들은 대회 시작 전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이윽고 본대회가 시작되자 60명의 참가자들은 요가 매트 위에 눕거나 준비해 온 의자에 몸을 맡기는 등 저마다 편한 자세를 취하며 정면의 은빛 억새나 하늘을 바라봤다.

대회 시작 10분께 만에 백남인 광주 서구 부구청장이 기권해 첫번째 탈락자가 됐다. 뒤이어 자녀와 함께 참여한 한 시민이 딸이 울자 중도 포기를 선언했고, 경고 누적으로 탈락하는 이도 나왔다.

나주에서 온 정한서(13)군은 “힘들지는 않았지만 멍 때리는 데 집중이 잘 안됐다”며 “앞으로도 이런 재미있는 대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해맑게 웃었다.

정 군의 탈락 후 경고 누적으로 인한 탈락자는 없었으며, 그만큼 대회장의 열기(?)는 점점 고조돼 갔다.

대회 시작 후 15분이 지나자 관계자들은 ‘펄스옥시미터(맥박·산소포화도 측정기)’로 참가자들의 심박수를 체크했다.

심박수 체크는 경기 종료 시간인 오후 5시까지 총 6차례 진행됐는데, 측정값이 일정한 사람에게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대회 종료까지 마사지나 음료, 부채질 등의 서비스를 받으며 멍 때리기를 유지해 온 참가자들은 무려 ‘56명’이나 됐다.

심박수 측정값을 통해 주어지는 기술 점수와 관객 투표를 통해 메기는 예술 점수를 더한 결과 이번 대회 1등은 광주 광산구에서 온 치위생사 박가림(23·여)씨였다.

박씨에겐 상장과 트로피가 주어졌고 다음 해 열리는 ‘한강 멍 때리기 대회’ 자동 출전권이 수여됐다.

박씨는 “애인과 헤어져 마음을 다잡기 위해 대회에 참가했는데 잠시나마 모든 걸 잊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됐다”며 “우승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1등을 하게 돼 기쁘고 이 기운을 받아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멍 때리기 대회는 웁쓰양컴퍼니가 지난 9일까지 사전 신청을 받아 무려 415개팀이 접수했으며, 업체 측이 사연 등을 살펴 최종 참여자로 60개팀을 선정했다.

멍 때리기 대회 외에도 억새축제 행사장에는 ▲시크릿 다이닝 ▲반려동물 놀이터 ▲노을 전망대 등이 마련돼 시민들은 은빛 억새와 함께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김이강 서구청장은 “앞으로도 서창억새축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힐링축제가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9회 서창억새축제는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영산강변 일대(극락교-서창교 4㎞ 구간)에서 ‘은빛 억새가 전하는 가을로의 초대’를 주제로 개최됐으며 멍 때리기 대회는 저작권을 가진 웁쓰양컴퍼니와 서구의 합동으로 열렸다./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