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 고마워라! 우리가 같이 읽음서 울었던 ‘소년이 온다’ 책을 쓴 한강 작가님이 노벨상을 타브렀어!”

오월어머니들은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어쩔 줄을 몰랐다. 광주의 기쁨은 각별하다. 5·18의 진실은 광주시민의 자존과 같기 때문이다.

“이 기쁨을 한강 작가님께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요?”

“응 현수막을 걸어야제.”

“내 가슴에는 이미 현수막을 붙이고 댕기네. “고마워요, 한강!”이렇게 써서.”

“우리 오월어머니들 전시 작품 앞에서 축하 메시지를 남기는 퍼포먼스를 할까요?”

10월16일 오후 2시 김형미 관장님과 오월어머니들이 전시장에서 도착했을 때, 광주의 시민들은 응원하러 미리 와 있었다. 가장 먼저 달려온 시민은 보성에서 삼 농사를 지으며 우리 전통 삼베를 평생 연구하고 보존하며 살고 있는 이찬식 선생과 민족문제연구소 김순흥 광주지부장이었다.

마광 이찬식 선생(1944년~)은 전남대 농대에서 공부했으나, 1948년 10월19일 여순항쟁에서 부친이 경찰에 잡혀가 죽임을 당했다는 이유로 연좌제에 걸려 공직의 꿈을 포기하고, 보성에서 마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신 분이다. 이찬식 선생은 여순항쟁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평생 자료를 정리하며 노력한 여순항쟁 당사자다. 작년 ‘오월어머니들의 그림농사1’ 전시 소식을 신문에서 보고 오월어머니집에 직접 농사지어 만든 질긴 보성삼베종이를 보내줬다. 오월어머니들은 그 종이로 옷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며 마음을 치유했고 그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호를 따서 만든 개방형 공간으로, 인동초도서관과 한 공간을 사용한다. 인동초도서관 책상에서 임금자 오월어머니는 보성삼베종이에 곱게 물을 들여서 바느질로 한복을 만들고 계셨다.

“내가 한복을 만들다가 다 못해서 여기서 마무리해서 전시하려고요.” 이렇게 여순항쟁에서 아버지를 잃은 분과 5·18광주항쟁에서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들의 감동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서로 아픔을 공감하며 손을 맞잡았다.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하여 스웨덴 아카데미는 이렇게 평했다.

“한강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시적이면서도 강렬한 산문으로 표현한다.”

전시장 바닥에는 여순항쟁의 희생자 유가족이 만든 질긴 마종이가 펼쳐졌고, 그 위에 “‘소년이 온다’ 한강 작가님, 노벨문학상을 축하합니다! 오월어머니집” 글씨를 썼다. 그리고 오월어머니들이 크레파스로 이름을 적으며 고마운 마음을 담을 현수막이 완성됐다. 오월어머니들은 그 현수막을 들고 외쳤다.

“고마워요, 한강!”

자연스럽게 먼저 가신 고 박화순, 고 박순금, 고 김순심 오월어머니의 추모로 이어졌다.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 영화감독 진모영 감독은 그림만 남기고 먼저 가신 오월어머니 세 분을 추모하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축하를 위해 50개의 초를 준비해 왔다. 시민들은 그림앞에서 촛불을 밝히며 잠시 멈췄다.

오월어머니들은 웃으며 말했다. “그릴 때는 웃긴 그림이었는디 조명받고 있응께 그림이 이쁘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