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영광·곡성군수 재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장세일 후보와 조상래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당은 당초에 격전지라던 영광에서 막판까지 경합을 펼쳤던 조국혁신당·진보당의 거센 추격을 물리침으로써 텃밭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혁신당과 단일화에 성공하며 반전을 노렸음에도 ‘PK(부산·경남)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인천 강화군수 보선도 여당 국민의힘 승리로 귀결됐다. 서울시교육감은 진보 성향 정근식 후보가 이겼다.

이번 재보선은 지난 4월 22대 총선 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한동훈·이재명 대표 체제로 재편된 이후 첫 선거로,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총력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보면 각자의 지지 기반을 지켜냄으로써 본전만 챙겼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당내는 물론 당정관계에서 헤게모니를 쥐게 됐으며, 이 대표도 리더십에 대한 큰 타격 없이 2년 뒤 지방선거까지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은 일단은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등 의혹을 둘러싼 여권발 위기 속에 정국의 고삐를 더 바짝 죌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정권 심판 슬로건에 힘이 실리지 못했다. 혁신당과 진보당에게 호남을 내주는 최악을 피하며 최소한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자평하기엔 뒷맛이 개운치 않다. 특히 전임 구청장 별세로 치러진 금정구 선거를 ‘혈세 낭비’라고 한 실언도 용납하기 힘들어 보인다. 압승을 거둔 총선의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회초리를 맞았다. 경고등이 켜졌다.

전남 두 곳 모두 수성에 성공했으나 제 1야당의 존재감이 흔들렸다. 30% 안팎으로 득표한 조국혁신당과 차기 지방선거에서는 대등하게 경쟁하는 상황을 마주할 수도 있다. 일당 독점 구도가 아닌 정치 지형의 변화 가능성을 키웠다. 아울러 영남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의 한계도 여실히 드러났다. 물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이변은 없었다고 해도 민주당은 달라진 민심을 체감할 수 있었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아전인수 해석을 경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