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덧 천고마비의 계절이 찾아왔다. 가을은 낮밤의 일교차가 커져 호흡기질환이 기승하는 시기이다.

일교차가 커지면 신체는 외부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 면역력이 저하된다. 또한 습도가 낮아지고 건조해지면서 비강점막이 항원 및 바이러스에 취약해져 알레르기성 비염이 호발한다.

알레르기성 비염, 흔히 비염이라 부르는 질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통년성 비염으로 연중 증상이 지속되며 집먼지진드기가 유발 요인이다. 두 번째는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으로 꽃가루가 날리는 봄철과 춥고 건조한 가을철에 심해지는 비염이다.

봄보다는 가을에 특히 미세먼지가 심해 기관지염증을 야기할 수 있어 비염 환자들에게는 치료 관리가 중요하다.

비염 환자들은 맑은 콧물, 코막힘, 가려움, 발작적인 재채기의 증상을 보인다. 전형적인 4가지 증상 중 2가지 이상이 나타나며 하루에 1시간 이상 증상이 지속될 경우 알레르기성 비염을 강하게 의심해봐야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진단검사는 면역글로불린 E(IgE)검사, 혈중 호산구 검사, 피부반응 검사 등이 있으며 MAST(Multiple Antigen Simultaneous Test) 검사를 주로 활용한다.

MAST 검사는 혈청 특이 IgE 검사로 진드기, 곰팡이, 곤충, 식품 등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항목들을 확인하는 검사이다.

비염의 증상 중 콧물, 코막힘은 부비동염과 유사해 혼동할 수 있다. 부비동염은 맑은 콧물이 아닌 화농성의 노란 콧물이 나타나고 안면부 충혈과 통증 및 후각감퇴 증상을 보이므로 감별이 필요하다.

비염 치료에는 회피요법, 면역요법, 양방치료, 한방치료가 있다. 회피요법은 청소나 세탁으로 집먼지진드기를 제거하고 꽃가루가 심한 계절에 마스크를 쓰는 등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항원을 피하는 요법이다.

반면 면역요법은 항원에 직접 노출, 소량에서부터 차츰 농도를 높여가며 면역반응을 조절한다.

양방에서는 비염에 항히스타민제, 흡입형 스테로이드제, 비충혈 제거제를 사용한다. 약물치료는 대증(對症)치료로 즉각적인 증상 완화의 효과가 좋다. 하지만 장기 사용 시 비강점막의 부종을 유발해 오히려 코막힘을 만들어낼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한의학에서 비염은 ‘비구’라고 한다. ‘구’란 코가 막히고 콧물이 흐른다는 뜻이다. 특히 콧물은 폐에 찬 기운(肺寒) 때문에 생긴다고 했다. 코는 폐의 관문이 되므로 비염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폐의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방에서는 침구치료, 한약치료를 활용한다. 비염에 효과가 좋은 혈자리는 양쪽 콧망울 옆 팔자주름에 위치한 영향(迎香)혈, 양쪽 눈썹 사이 정중앙에 위치한 인당(印堂)혈, 이마 정중앙에서 앞머리가 시작하는 지점보다 2㎝ 위에 있는 상성(上星)혈 등이 있다.

한약치료는 즉각적인 비염 증상 완화를 위해 마황, 갈근 등이 들어간 갈근탕이 처방된다. 장기화된 비염으로 면역력이 떨어졌다면 폐기(肺氣)를 보해주는 보중익기탕이 효과적이다.

큰 일교차와 미세먼지가 심한 환절기지만 적절한 치료관리로 상쾌한 가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