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에 이어 두 번째 노벨상이다. 아시아 여성으론 처음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의 작품은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정말 놀랍고, 영광스럽다.

광주와 인연도 남다르다. 중흥동에서 태어나 효동초등학교를 다녔다. 1979년 아버지인 한승원을 따라 서울로 이사하면서 전학을 갔다. 강기정 시장은 “대단하다. 가슴이 뜨겁다”고 소감을 전한 뒤 “광주로서는 ‘소년이 온다’로 5월정신을 세계로 알리는데 큰 힘을 얻은 바 있다”고 감사했다. 올해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주제인 ‘판소리-모두의 울림’과 전시관 명칭인 ‘부딪침·겹침·처음소리’를 의역했고, 개막식 판소리 공연 3곡을 작사하기도 했다.

한강은 연작집 ‘채식주의자’ 등으로 세계적으로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여왔다. 2016년 노벨상·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권위있는 영국의 맨부커상을 받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장흥군 안양면에서 집필 활동 중인 한승원 작가는 신춘문예에 등단한 ‘붉은 닻’은 제목·첫 문장부터 환상적인 아름다움의 세계를 그리고, ‘소년이 온다’는 시적이고 환상적인 세계를 다루며, ‘작별하지 않는다’도 환상적인 리얼리즘 분위기로 끌고 간다고 딸의 작품을 치켜세웠다.

출판사 문학동네를 통한 서면 인사에서 한강은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 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며 담백하고 묵직하게 팬들에게 말을 건넸다. 문학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2014년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 ‘소년이 온다’를 펴내 처연한 아픔을 알린 한강의 육성 인터뷰 내용이 주목받는다.

시대와 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풍부한 감성으로 뭉클한 감동을 선물하고 있다. 노벨문학상으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시적인 감수성을 가진 좋은 소설가의 수상을 거듭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