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 작가의 고향인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 ‘소년이 온다’에 눈길이 모이고 있다.

2014년 출간된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바탕 삼아 한강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낸 책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열다섯 살 소년 동호의 죽음을 중심으로 5·18 당시 숨죽이며 고통받았던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하나 힘겹게 펼쳐 보이며 그들의 아물지 않는 기억들을 함께 나눈다.

주인공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열다섯 소년은 ‘어린 새’ 한 마리가 빠져나간 것 같은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고,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책은 5·18 희생자들의 ‘눈 덮인 무덤들’ 사이 못다 핀 소년 동호를 떠올리며 우리가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간이란 것을’ 되새기고, 인간으로서의 우리가 이들에게 어떠한 대답을 해줄 수 있는지를 간절한 목소리로 묻는다.

이 책은 영미권에서 ‘휴먼 액트(Human Acts)’로 번역돼 20여 개국에서 출간됐으며 2014년 만해문학상, 2017년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하며 광주의 아픔을 전 세계 곳곳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뉴욕타임즈는 “눈을 뗄 수 없는, 보편적이며 깊은 울림”이라는 평을 남겼고, 백지연 문학평론가는 “이 소설은 우리가 ‘붙들어야 할’ 역사적 기억이 무엇인지 절실하게 환기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작품의 의미를 강조했다.

한편 스웨덴 한림원 노벨위원회는 ‘소년이 온다’에 대해 “1980년 한국군이 자행한 학살 사건에서 살해된 인물, 역사의 희생자들에게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이 책은 이 사건을 잔혹한 현실화로 직면함으로써 증인 문학의 장르에 접근했다”고 평했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