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반 동안 나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퇴행적이고 독선적 국정운영이 자치분권과 마을공동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지역과 마을을 정권의 강권통치, 관치체제로 돌려놓으려는 시대착오적 시도가 전국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에 이어 금년 들어 대전시가 마을공동체센터를 폐지한 이후, 지난 8월 말에는 인천시가 마을공동체센터의 민간위탁을 중단했으며, 대전시에서는 10월에 NGO 센터까지 문을 닫을 예정이다. 2025년까지 전국 3천580여개 모든 읍면동에 주민자치회를 설립해 주민주도의 주민자치를 강화하려 했던 행안부의 계획은 벌써 중단됐다. 서울에서는 금천구 등 오직 3개 자치구에서만 서울시의 지원 중단 속에서도 주민자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대구시에서는 주민자치회 전환이 7개 동의 시범사업에서 멈춰있다.

이러한 정부와 여권 지자체의 폭거를 막기 위해 주민들과 마을활동가들은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에서는 시민들과 전국 마을활동가들이 연대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강하게 압박하고 있고, 대전에서는 주민단체와 시민운동가, 사회적경제와 마을활동가들이 ‘대전시 공동체운동연합회’를 구성해 저지 투쟁에 나섰다. 아울러 ‘주민자치법제화 전국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주민자치의 법적 제도화를 위해 지방자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데, 지난 9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했으나, 여당의 강한 반대에 막혀 개정이 또다시 미뤄졌다.

전국의 어려운 상황에서 전국의 주민자치·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은 기대와 선망의 눈길로 광주가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운동을 이어가고 전국을 선도해 주길 바라고 있다. 이제 광주는 전국 주민자치·마을공동체 운동의 마지막 불꽃이며 베이스캠프이다. 그러나 과연 광주는 위기에 처한 한국 주민자치·마을공동체 운동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중앙정부의 이러한 뒷걸음질 가운데에서도 광주시와 자치구에서는 꿋꿋하게 주민자치·마을공동체 운동의 혁신과 확산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기는 하다. 광주시는 금년까지 96개 모든 동에 대한 주민자치회 전환을 마무리 하고, 광산구, 북구에 이어 남구, 서구에서도 중간지원 조직의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광주시 마을공동체센터에서는 ‘2024 광주 마을자치 릴레이 포럼’을 개최해 주민자치회 전동 전환 이후의 마을자치 발전 방향을 모색해 가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광주의 이러한 변화와 대응은 전국적 기대 수준에 비해 너무 더디고 미흡하다. 광주의 성과가 의미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전국적 자치분권의 이슈를 선점하고 주민자치·마을공동체운동의 혁신적 정책 사례를 실천해 침체된 한국의 마을자치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정책 패러다임의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

지난 민선시대에 전국의 자치단체에서는 이미 다양한 혁신적 자치분권정책을 실험적으로 시행해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많은 선진 사례들이 널려있다. 경남도, 인천시, 세종시의 주민자치박람회, 충남의 읍면동장 개방형 주민선임제, 경기도의 마을관리소, 순천시와 시흥시의 주민세 환원 시범사업 등등. 이러한 선도적 사례들을 우리 실정에 맞게 선별 도입하여 희망을 증명해야 한다.

물론 96개 동 주민자치회의 균형발전과 안정적 내실화, 주민자치회와 마을공동체의 협력 연동화, 주민자치회 역량 강화와 함께, 마을자치 시범사업도 착실하게 시행해야 한다. 지금은 과감한 발상의 전환으로 ‘광주이기에, 광주다운’, 자치분권의 선도적 혁신정책을 실천하는 광주시의 강력한 전략적 리더십이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