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화장장을 불허한 광주 광산구의 행정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022년 용도변경 허가 신청을 낸 모 업체가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부결되자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것이다. 먼지 발생, 환경 오염과 경관 훼손 우려 등 광산구의 사유는 정당성을 잃게 됐다. 민선 8기 들어 광주시는 강기정 시장의 공약인 동물 장묘시설을 추진해오다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북구 영락공원 내에 2기를 설치하고 2026년께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장기 검토 과제로 미뤘다. 광주 인근 민간시설과 가동률 등을 고려했다는 논리를 폈다.

현장 검증까지 실시한 재판부는 법적 다툼에서 애완동물 장례업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공익적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민들 반감이 허가 여부를 판단한 중요한 기준으로 보이는데 영향이 제한적이고 혐오·기피 대상으로 볼 수 없다면서 특히 광주지역에 전문 장묘시설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 행정안전부 통계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5월 광주시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13만5천749가구에 이른다. 양육 인구는 29만4천576명, 반려동물은 17만9천589마리였다. 하지만 민간 화장시설은 인근인 전남에만 4곳, 전북 6곳이 소재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사법부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광주에서 처음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 취지에 주목해야 한다. 광주시는 5개 자치구에 훈련·입양 등이 가능한 놀이터, 복합공원 등의 거점 공간을 설치하는 등 ‘반려동물 친화도시 조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장묘시설은 타당성이 낮다며 제외했다. 핵심 인프라이기도 하지만 합법적인 문화 정착을 위해 공적 역할을 방기한 것은 아닌지 숙고해야 한다. 혐오시설이 아니다. 친화도시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지극히 미온적인 태도다. 주민 설득의 과정에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하고 폐기물로 분류되고 있는 현행 법 개정도 착수해야 한다. 입지 여건 상 위법하지 않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타 지역에서 민간시설이 가동되고 있고 공공 영역에서도 진행되는 현실을 더는 외면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