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를 억제하고 거부하기보다 수용하고 긍정적으로 대응하세요.”

광주매일신문 주최로 지난 24일 서구 홀리데이 인 광주호텔에서 열린 제11기 창조클럽 아카데미 제12강에서 박상철(75) 전남대 연구석좌교수가 ‘역노화가 아니라 순노화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박 교수는 본강의에 앞서 ‘노화’와 ‘장수’를 화두로 던졌다. 이어 햄버거, 소시지를 주식으로 하는 나쁜 식습관에도 불구하고 고령까지 활발한 사회 활동을 이어간 유명 인사들을 소개하며 원우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94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 100세에 사망한 노벨상 수상자 헨리 키신저(Henry A. Kissinger)를 예로 들면서 “워런 버핏은 숙면을 중요시하고 휴식을 충분히 취하며 카드게임과 독서를 즐긴다. 헨리 키신저는 늘 호기심이 가득하고 사명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1·2차 세계대전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기대수명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백세인(人)’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특히 대한민국이 세계 최장수국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돼 나이듦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노화를 연구하게 된 계기를 소개하며 강의를 이어나갔다.

그는 “발암 물질을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세포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암세포는 증식해서 문제가 되고 노화는 세포가 증식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니 호기심이 생겼다”며 “젊은 세포와 늙은 세포를 자외선으로 공격하는 등 각종 실험을 통해 노화에 따른 반응성의 저하가 오히려 생존을 지속하게 한다는 놀라운 메커니즘(Mechanism)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늙은 세포는 증식을 포기하는 대신 생존을 추구했다”며 노화를 ‘생명을 지키려는 거룩한 노력’으로 정의했다.

그는 장수의 비결로 자신을 책임지고 돌보는 ‘자기부양 능력’을 꼽았으며 최근 노인복지 등 사회·환경적인 변화가 뒷받침되면서 앞으로 백세인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적절한 자극, 영양, 운동이라는 개인적 노력과 더불어 사회적 시스템이 결합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장수 사회에서 노년층의 행복감과 자존감 등은 사회 공동체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건강 장수 행동강령의 기본 원칙으로 ‘하자, 주자, 배우자’를 언급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도전하고 경험 등 가진 것을 나누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자세를 가진다면 늙음은 삶의 거룩한 노정이 될 것”이라며 “노화는 죽음의 과정이 아닌 생명체가 외부의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생존을 위한 과정임이 최근 연구를 통해 밝혀졌듯 노화를 억제하고 거부하기보다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더불어 박 교수는 노인의 사회적 가치와 순노화의 핵심에 대해 피력했다.

그는 “노인은 글루(glue·풀)와 같아 가족 등 모든 것을 연결하는 핵심 고리로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며 “순노화를 위해서는 끝까지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다는 것은 움직이는 것, 할 일을 하는 것으로,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한다면 오래 사는 것이 불편하거나 남에게 부담되는 일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받아들이는 순간 노화는 더 이상 두려운 현상이 아니기에 오랜 세월 인류가 열망해 온 불(不)로장생을 벗어나 순(順)로장생을 추구하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하며 열띤 환호 속에 강의를 끝맺었다./정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