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부상자·공로자회가 ‘2·19 대국민 선언’을 공식 폐기했다. 이들 단체는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사회와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고 계엄군에게 면죄부를 줬고, 역사를 왜곡했다. 광주 시민을 배반했다”고 어리석음을 사과하며 분골쇄신의 의지를 다졌다. 기자회견 전 유족회를 포함해 3공법단체 회원들은 사죄의 의미를 담아 오월 영령에 참배했고 시민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대책위원회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대책위는 성명을 내 “오월 정신이 시대 정신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부상자·공로자회는 지난해 2월19일 각계의 반대에도 특전사동지회를 초청해 용서와 화합을 위한 대국민 공동선언을 강행, 거센 반발을 샀다. 올바른 진상 규명이 이뤄진 후에야 가능하다는 의견을 무시했고, 이를 비판한 오월어머니집 관장을 비방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또 이로 말미암아 내부 분열 사태로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특별법이 제정되고 국가 차원의 종합보고서가 나왔지만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일부 수구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한사코 반대하는 5월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라는 큰 산도 넘어야 한다. 5·18기념재단이 민주화운동의 거대한 투쟁 지형과 피해 실태를 알려주고자 출간한 ‘‘광주 밖’ 전국의 5·18 진상’이라는 책자가 조명받는 것이다. 헌법 수록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얻고, 왜곡·폄훼에 대응하는 기반이 될 수 있어서다.

1980년 5월 광주는 전국적 연대로 전두환 신군부 내란 세력들에 맞서 싸웠다. 이후로 40년을 훌쩍 넘겼으나 갈 길이 멀다. 두 단체도 발포 명령자 등 진상 규명이 요원한 상황에서 특전사회와 만남은 시기상조였다는 지적을 뒤늦게 받아들였다. 1년6개월 동안의 갈등이 일단 수습되는 분위기다. 진심어린 후회, 사과라고 믿는다. 지역사회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 독단적인 행동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 앞으로 분골쇄신의 마음으로 노력하겠다는 다짐처럼 더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