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강원도 인제 가는 길은 멀고도 멀다. 중앙고속도로 홍천IC를 빠져나가 홍천읍을 지나 홍천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북쪽으로 갈수록 산은 첩첩하고 농경지는 줄어든다. 산 많고 골짜기 깊은 강원도 특유의 풍경이 차창 밖으로 펼쳐진다. 인제 땅에 접어들어 소양강을 만난다. 잠시 소양강을 따라가다가 남전계곡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깊은 골짜기를 따라가다가 해발 500m에 이르는 고갯마루를 넘어 원대리 자작나무숲주차장에 도착했다.

평일인데도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방문한 사람들이 꽤 많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자작나무숲을 보려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사람들이다. 인제 자작나무숲길 안내소에 도착하자 숲 해설사들이 가는 길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안내소를 지나니 임도가 두 갈래로 갈라진다. 숲 해설사가 아래쪽 원대임도를 거쳐 자작나무숲으로 올라갔다가 원정임도로 내려오라고 안내해준다.

안내소 주변에서 자작나무로 만든 여러 가지 상징물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임도는 완만하여 걷기에 그지없이 좋다. 임도에 들어서면 곧바로 자작나무숲을 만날 줄 알았는데, 여러 종류의 활엽수와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숲이 울창하여 한여름이지만 걷는데 불편하지 않다. 임도 주변에는 하늘말나리를 비롯해 동자꽃, 까치수염 등 여름 야생화들이 예쁘게 피어있다.

3코스라고 표기된 이정표 앞에서 오솔길로 접어든다. 3코스라 불리는 오솔길은 인제 자작나무숲에서도 대표적인 별바라기숲으로 가는 길이다.

오솔길은 적은 양의 물이 흐르는 골짜기를 따라 이어진다. 계곡 바위에는 파란 이끼가 끼어 원시적인 느낌이 난다. 흐르는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온다.

길은 적은 양의 물이 흐르는 골짜기를 따라 이어진다. 계곡 바위에는 파란 이끼가 끼어 원시적인 느낌이 난다. 흐르는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온다.

한동안 원시림이 이어지다가 조림지가 나타난다. 계곡 건너편에는 잣나무가 심어져 있고, 오솔길 왼쪽에는 낙엽송이 조림돼 있다. 낙엽송 조림지를 지나 별바라기숲이라 불리는 자작나무숲에 도착했다.

별바라기숲을 따라 0.9㎞ 거리를 한 바퀴 도는 길이 1코스인데, 우리는 1코스를 걸으며 이국적인 자작나무숲으로 빠져 들어간다. 1코스는 ‘자작나무코스’라고 불리며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에서도 핵심적인 곳이다.

탐방로 주변에는 수령 20-30년생 자작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순백의 숲이 펼쳐진다. 자작나무의 매력은 하얀 줄기에 있다. 하얀 수피를 가진 자작나무는 곧게 솟아 고상하고 단아하다.

자작나무 하얀 수피에는 검은 반점들이 띄엄띄엄 박혀있는데, 그 모양이 사람 눈썹 같다.

자작나무 하얀 숲길을 걷고 있으니 마치 눈밭을 헤치고 걸어가는 것 같다. 자작나무 하얀 수피에는 검은 반점들이 띄엄띄엄 박혀있는데, 그 모양이 사람 눈썹 같다.

20-30m 높이로 하늘높이 치솟은 은빛 자작나무 사이로 햇살이 쏟아진다. 신비롭고 몽환적이다.

자작나무숲속에 있으니 자작나무들이 속삭이며 말을 걸어온다.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이다. 20-30m 높이로 하늘높이 치솟은 은빛 자작나무 사이로 햇살이 쏟아진다. 신비롭고 몽환적이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숲속교실, 전망대, 생태연못, 인디언집, 나무다리, 나무계단, 탐방로 같은 부대시설을 갖추고 2012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숲속교실, 전망대, 생태연못, 인디언집, 나무다리, 나무계단, 탐방로 같은 부대시설을 갖추고 2012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북유럽풍의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자작나무숲은 각종 드라마나 영화 촬영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곳은 원래 소나무숲이었는데, 솔잎혹파리 피해가 심해 소나무를 베어내고 자작나무로 조림을 했다. 주변에는 잣나무와 낙엽송도 조림돼 있지만 대부분이 자작나무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1989년부터 1996년까지 20만㎡(6만평)에 자작나무 70만 그루를 심어 만들어졌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산림청과 ㈔생명의숲이 주관한 2017년 제1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금은 ‘자작나무 명품숲’으로 지정해 산림청 인제 국유림관리소가 관리하고 있다.

불에 탈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낸다고 해 자작나무란 이름이 붙여졌다. 자작나무가 탈 때 유난히 소리가 많이 나는 이유는 나무껍질에 기름기가 많아서다. 보온을 위해 얇은 껍질을 여러 겹으로 만들고, 그 사이에 기름성분까지 보충했으니 단열이 되어 영하 30-40도 혹한을 버텨낼 수 있는 것이다.

하얀 수피는 종이처럼 벗겨지고, 목재는 아주 단단하고 조직이 치밀하여 벌레가 생기지 않아 오래도록 변질되지 않는다. 천마총에서 출토된 그림의 재료가 자작나무 껍질이며, 팔만대장경의 일부도 자작나무로 만들어졌다.

자작나무는 한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다. 위도가 높은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시베리아나 북유럽, 동아시아 북부, 북아메리카 북부의 대표적인 숲이다. 한대지방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사진을 보면 눈밭 속에 처연하게 서 있는 하얀 나무들이 대부분 자작나무다.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산악지방에서 주로 자란다. 북한이 자작나무가 자라는 남방한계선이고, 남한에서는 자연 상태의 자작나무숲은 없다. 남한에서 제대로 된 자작나무숲을 볼 수 있는 곳은 강원도를 비롯한 북쪽 고지대뿐이다.

원대리 자작나무숲 역시 남한의 가장 북쪽 그것도 해발 700m 이상 되는 고지대에 인공적으로 조림한 것이다.

자작나무숲길은 생태연못을 지나 우리를 포토존으로 데리고 간다. 포토존은 자작나무숲 한 가운데에 있어 자작나무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은 장소다. 하얀 자작나무숲은 빼곡하게 정렬돼 있을 뿐만 아니라 하얀 수피가 신령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순백의 자작나무숲에 파묻혀있으니 속세에 물든 인간도 어느새 신령스러운 존재가 된다.

우리는 자작나무가 인도하는 대로 자연스럽게 발길을 옮겨간다. 숲속교실에 도착했다. 숲속교실에서는 하늘을 가린 자작나무숲속에 자작나무로 만든 원추형 인디언집과 데크로 만든 쉼터, 통나무 의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원추형 인디언집을 바라보고 있으니 시베리아 광대한 숲에서 순록을 거느리고 다니는 인디언이 생각난다.

임도 주변에 피어난 야생화

숲속교실에서 걷기 좋은 오솔길을 따라 원정임도로 향한다. 울창한 자작나무숲이 여전히 오솔길의 운치를 더해준다.

원정임도에 가까워지자 자작나무숲이 소나무숲으로 바뀐다. 이곳 소나무는 우리나라 고유 수종인 붉은 수피를 가진 적송이다. 지금의 자작나무숲이 있던 자리에도 과거에는 이러한 적송숲이 있었을 것이다.

그윽한 솔숲길을 걷다가 원정임도를 만난다. 흙길이었던 아래쪽 원대임도와 달리 원정임도는 1차선으로 포장되어 있고, 포장도로 옆에 흙길로 된 인도가 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걷는데 하늘말나리, 노루오줌 같은 야생화들이 작별인사를 한다. 자작나무숲이 속세로 떠나는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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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쪽지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1989년부터 1996년까지 20만㎡(6만평)에 자작나무 70만 그루를 심어 만들어진 명품숲이다. 탐방로를 따라 걷다보면 수령 20~30년생 자작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순백의 숲으로 빠져들게 된다.
※코스 : 원대리 자작나무숲주차장→자작나무숲 안내소→원대임도→3코스→1코스(생태연못→포토존→숲속교실)→원정임도→자작나무숲 안내소→원대리 자작나무숲주차장
※거리, 소요시간 : 8㎞, 3시간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원대리 자작나무숲주차장(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자작나무숲길 769-3)





<장갑수·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