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전북 완주 편백숲길
나만의 오솔길 걸으며 그윽한 편백숲 향기에 취하다
2024. 07. 16(화) 18:38 가+가-

편백숲 오솔길로 들어서니 하늘높이 솟은 편백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숲속에는 편하게 쉴 수 있는 평상들이 놓여있다. 수십 개의 평상 앞쪽에는 작은 무대도 있어 종종 ‘숲속 작은음악회’도 열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장마가 찾아왔다. 6월 하순에서 7월 중 하순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장맛비는 사람들의 외부활동을 위축시킨다. 가랑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오전 중에는 그친다는 기상예보에 집을 나선다. 집을 떠나 자연의 품속으로 들어가는 길은 늘 즐겁다.

전북 완주군 상관면에 있는 편백숲길로 향한다. 광주에서 순창과 임실을 지나 완주로 가는데, 푸른 산위에 하얀 면사포처럼 비구름이 덮여있다. 17번 국도에서 1.5㎞쯤 좁은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자 상관 편백숲공영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은 공기마을 아래쪽에 자리하고 있다. 마을의 지형이 밥을 담는 공기를 닮아 공기마을이라 했다.

주차장에서 공기마을 앞을 지나 골짜기를 따라 700m 쯤 올라가니 편백숲쉼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 쉼터에도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승용차는 이곳에 주차할 수도 있다.

편백숲쉼터를 지나 임도를 따라 걷는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언제 다시 비가 내릴지 몰라 우의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장마철이라 그런지 오늘은 편백숲을 찾은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한가해서 좋다.

임도를 따라 걷다가 좁은 편백숲 오솔길로 접어든다. 편백숲 오솔길로 들어서니 하늘높이 솟은 편백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숲속에는 편하게 쉴 수 있는 평상들이 놓여있다. 수십 개의 평상 앞쪽에는 작은 무대도 있어 이곳에서 종종 ‘숲속 작은음악회’도 열린다. 편백나무 향기를 마시면서 듣는 숲속음악회는 상상만 해도 상쾌하다.

편백숲 오솔길은 편백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숨바꼭질 하듯 돌고 돌아간다. 길을 걷고 있으면 편백나무 향기가 은은하게 코끝에 와 닿는다.


길은 편백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숨바꼭질 하듯 돌고 돌아간다.

길을 걷고 있으면 편백나무 향기가 은은하게 코끝에 와 닿는다. 편백나무에는 피톤치드가 많이 함유돼 있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내보내는 항균기능을 하는 물질이다. 숲 속에서 시원한 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피톤치드의 영향 때문이다. 피톤치드는 균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천연물질로 인체에는 이롭다. 사람이 호흡을 통해 피톤치드를 흡수하면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

전북 완주군 상관면 죽림리 공기마을 주변 산비탈에는 86ha 면적에 10만여 그루의 편백나무, 삼나무, 낙엽송이 식재 돼있다.

이곳 편백나무는 1976년 식재됐으니 50년 가까이 성장한 나무들이다. 잘 가꿔진 숲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이 됐다. 상관 공기마을 편백숲은 완주 9경 중 하나다.

편백숲 오솔길을 걷다가 다시 임도로 내려왔다. 편백숲 오솔길을 거치지 않았다면 곧바로 이 임도를 따라 올라왔을 것이다.

임도를 따라 걷다보니 편백나무 숲속에 작은 집 한 채가 있다. 트리하우스다. 편백나무 숲속에 편백나무 줄기를 활용해 작은 집 한 채를 지어놓았다. 이 트리하우스는 일반인들이 하루씩 임대해 사용할 수 있다. 고요한 숲속 나무위에서 하룻밤을 묵는 운치는 상상만 해도 포근하다.

편백나무 울창한 임도는 구불구불 산비탈을 돌고 돌아간다. 산모퉁이를 몇 구비 돌고나니 편백숲 탑길이라 쓰인 이정표가 나온다.

임도에서 편백숲 탑길로 내려가 보니 작은 돌을 이용해 돌탑을 쌓아놓았다. 원추형으로 쌓아놓은 돌탑에서 숭엄한 기운이 느껴진다.


임도에서 편백숲 탑길로 잠깐 내려가 보니 작은 돌을 이용하여 돌탑을 쌓아놓았다. 원추형으로 쌓아놓은 돌탑에서는 숭엄한 기운이 느껴진다. 우리 조상들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마을 입구에 돌탑을 쌓았다. 2-5m 높이의 돌탑들은 곧게 솟은 편백나무들과 어울려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다.

나무에 지어놓은 정자형 트리하우스. 한 나무에서 세 개의 줄기가 솟은 나무줄기를 기둥삼아 삼층 정자를 만들어놓았는데,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거대한 새집 같다.


돌탑 주면에는 쉼터역할을 하는 트리하우스가 만들어져 있다.

아름드리 활엽수를 기둥삼아 지은 정자형 트리하우스다. 한 나무에서 세 개의 줄기가 솟은 나무줄기를 기둥삼아 삼층 정자를 만들어놓았는데,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거대한 새집 같다. 가장 위층에 너와지붕을 얹고, 아래쪽에 사람이 앉을 수 있도록 판자를 깔아 정자 기능을 한다.

삼층 트리하우스 옆에도 공중에 뜬 단층형 트리하우스가 있는데, 두 개의 트리하우스를 오갈 수 있도록 통나무로 만든 통로가 설치돼 있다.

트리하우스에 앉아있으니 바람도 스쳐지나가고 안개구름도 머물다간다. 새소리, 바람소리는 감미로운 자연음악이 된다. 주변의 편백나무숲은 그윽한 향기를 전해준다. 나도 모르게 신선이 된다.

가랑비가 스쳐지나가듯 내렸다 그쳤다하기를 반복한다. 울창한 편백나무 사이 공간에는 안개비가 뿌옇게 덮여 신비감을 자아낸다.

임도를 사이에 두고 활엽수와 편백나무가 공생하며 싱그러움을 더해주기도 한다. 안개 자욱한 편백나무 길을 걷고 있으니 몽환의 세계로 스며들어가는 것 같다.

길을 걷다보니 통문을 거쳐 유황편백탕으로 하산하는 길과 임도를 따라 계속 걷는 길이 갈린다.

산책로반환점 1.1㎞라는 이정표도 세워져 있다. 산책로반환점 방향으로 임도를 따라서 걷는다. 이곳 편백나무숲은 영화 ‘최종병기 활’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주인공 남이는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에 포로로 잡혀간 누이의 한을 풀고자 귀신같은 솜씨로 청나라 정예부대원을 하나 둘씩 처치하고서 청군의 본거지로 접근해간다.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곡사를 사용하는 남이와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가진 육량시를 사용하는 청나라 명장 쥬신타가 ‘활’의 전쟁을 하는 영화다.

산책로반환점에 도착하니 사각정자가 기다리고 있다. 산책로반환점에서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온다. 구불구불 돌아가는 임도와 곧게 뻗어 오른 편백나무숲은 여전히 아름답다.

편백나무 숲속에 있는 통문. 주변에서 간벌한 편백나무를 이용해 만든 아치형 통문이다.


통문 유황편백탕으로 내려가는 오솔길을 따라 내려간다. 임도에서 200m 쯤 내려오니 편백나무 숲속에 통나무로 만든 문이 기다리고 있다. 주변에서 간벌한 편백나무를 이용해 아치형 통문을 만들어놓았다. 통나무로 만든 문이라 해서 통문이고, 길과 길을 통하게 하니 통문이다.

통문을 지나면서부터는 다시 임도를 따라 걷는다. 임도를 따라 내려오니 삼림욕장이다. 편백나무 숲속에 여러 사람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도 놓여있고, 작은 골짜기에는 임도와 별도로 오솔길도 마련되어 있다.

삼림욕장을 지나자 계곡가에 족욕을 할 수 있는 유황편백탕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 유황편백탕은 원래 온천으로 개발하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유황성분의 지하수를 끌어올려 족욕탕을 만든 것이다.

온천수가 아닌 지하수를 이용하고 있어 물은 차갑다. 유황편백탕에 발을 담그니 온몸의 피로가 금방 씻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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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쪽지
▶완주 편백숲길은 50년 가까운 수령을 가진 10여만 그루의 편백나무 숲을 따라 걷는 길이다.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시며 편백나무 사이사이를 걷다보면 예쁘게 쌓아놓은 돌탑도 만나고, 나무줄기를 기둥 삼은 트리하우스도 만날 수 있다.
※코스 : 상관편백숲 공영주차장→편백숲쉼터→편백숲오솔길→편백숲 탑길→통문 갈림길→산책로 반환점→통문→유황편백탕→상관편백숲 공영주차장
※거리, 소요시간 : 9㎞, 3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상관편백숲 공영주차장(전북 완주군 상관면 죽림리 631-1)
<장갑수·여행작가>
/정리=박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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