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도 ‘행정통합 열차’에 편승해야 한다 / 이정록
2024. 07. 09(화) 19:29 가+가-

이정록 전남대 지리학과 명예교수

행정통합 주도권 쟁탈전이 시작됐다. 6월4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2026년 7월 TK 통합지자체 출범’이란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에 놀란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는 6월17일 만나 부산·경남 행정통합 논의를 다시 하기로 합의했다. 수도권에 대응할 중심은 ‘우리’라며, 주도권 싸움에 불을 붙였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2019년 시작됐다.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주민여론을 수렴하는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코로나19, 대통령 선거(22년 5월), 지방선거(22년 6월) 등으로 논의가 중단됐다. 그런데 홍 시장과 이 지사가 중단된 통합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광주매일신문 6월12일자 시론, “대구와 경북은 ‘메가리전’ 한다는데, 우리 지역은?” 참조).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부울경 메가시티가 무산되면서 등장했다. 2020년부터 부산·울산·경남은 부울경 메가시티로 알려진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한 특별지방자치단체) 출범을 위해 노력했다. 민주당 출신 김경수 경남지사, 송철호 울산시장이 주도했다. 2021년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형준 부산시장도 호응했다. 그러나 민선 8기 박완수 경남지사와 김두겸 울산시장이 부울경 메가시티에 부정적이면서 폐기됐다. 이후 2022년 9월 박 지사가 부산·경남 통합을 제안했고, 박 시장이 수용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진도는 순조롭지 못했다. 그러다 ‘통합 열차’ 페달을 다시 밝았다. 올 9월까지 통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구·경북에 주도권을 넘길 수 없다는 정치적 몸부림이다.

대전·충남·충북·세종은 연말쯤 ‘충청광역연합’을 출범시킨다. 행안부가 지난 5월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를 승인했다. 광역연합의 대표 프로젝트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다. 서울~천안~조치원~오송~청주 도심~청주국제공항, 조치원~정부세종청사~정부대전청사로 이어지는 2개 노선이다. 국토부도 4월 CTX의 민자사업 적격성 조사를 맡겼다. CTX는 향후 행정통합 논의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물론 통합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는 찬성이고, 김영환 충북지사는 모호한 입장이며, 최민호 세종시장은 반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광역연합 출범은 행정통합 논의에 청신호가 될 것이 분명하다.

행정통합 주도권을 놓고 부산과 대구가 경쟁 중이다. 하지만 우리 지역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천하태평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서울과 광주와 부산을 연결하는 3축 메가시티를 강조했다. 참으로 거창한 청사진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전남특별자치도’ 추진을 밝혔다. 특례를 받고 생존하겠다는 ‘패배주의적’ 인식이라 안타깝다. 강 시장과 김 지사의 비전은 구식 버전이다. 왜 광주와 전남은 행정통합이라는 열차에 몸을 실지 못할까?

7월4일 만난 광주·전남·전북 단체장 만남 결과도 아쉬웠다. 3개 지자체장은 이른바 호남권 ‘경제동맹’을 내걸었다. 동맹이 무엇인가. 개인이나 단체나 국가가 상호 이익을 위해 일시적 결합하는 것이다. 대구·경북, 부산·경남은 동맹으로는 구속력이 약하니 차제에 행정구역을 통합하자고 나섰다. 그런데 우리 지역은 대세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여줬다. 호남권 행정통합을 주창해도 시원찮을 판에 말이다.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이 행정통합을 띄우는 이유는 지역 이익 때문이다. 시·도 통합을 할 테니 우리 지역에 더 많은 국세와 지방교부세를 달라는 요구다. 행정통합은 엄청난 규모의 행정비용을 절감시킨다. 때문에 통합을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이익이 돌아간다.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 지역 간 혜택의 폭과 깊이가 달라질 것이다. 통합된 대구와 경북, 분리된 광주와 전남을 생각해 보면 된다.

향후 수도권 집중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수도권 범위는 충청권으로 확대될 것이다. CTX는 이를 더욱 촉진시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충청권∼대경권∼동남권이 하나의 주축(主軸)이 되고, 강원권과 호남권은 중심지 구조에서 주변으로 전락한다. 주변은 성장과 발전의 흐름이 늦게 전파되는 사각지대를 뜻한다. 쉽게 말해 특별자치도 신세로 전락한다는 말이다. 대구·경북이 행정통합 주도권 쟁탈전에 뛰어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광주와 전남도 ‘행정통합 열차’에 편승해야 한다. 우리 지역은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고 자랑하면서 행정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은 왜 읽지 못하는 걸까. 우리 지역에는 그 일을 추동할 리더십과 혜안을 가진 정치적 지도자가 정녕 없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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