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아
나는 너를 왜 말리지 못했을까
너의 손을 붙잡고 집으로 데려오지 못했을까
설마 너희같은 젊은 애들을 죽이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 중략 ~
내 사랑하는 아들아
얼마나 무서웠니
얼마나 엄마를 찾다가 세상을 떠났니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44년을 그리워했다
사랑하는 아들아
광주상고 하복을 맞춰놓고 입어보질 못하고 떠났구나
~ 후략 ~

지난 5월25일 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1 공연장은 객석과 무대 모두 눈물바다가 됐다. 아들을 데리러 도청 앞에 갔던 광주상고 1학년 문재학의 김길자어머니는 피멍이 든 가슴으로 노래를 토해냈다. 은행원이 돼 엄마를 호강시켜 주겠다던 믿음직한 아들이었다. 옷 때깔이 좋아 하복을 입으면 멋있을 거라고 큰 소리를 치던 아들이 지금이라도 살아서 올 것만 같다. “엄마는 오래 오래 우리 아들 자랑할거야” “사람들에게 얘기하네요, 우리 아들은 폭도가 아니라고” 도청 앞에서 집에 가자고 하는데 아들은 친구가 죽었는데 어떻게 혼자만 살겠다고 집에 돌아가겠냐고 해서 그냥 돌아서 왔는데 그것이 마지막.

아들은 이후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7시 막차가 끊어져서 내일 집에 갈게요.” 그 말을 굳게 믿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러나 아들은 돌아오질 않았다. 5월27일 도청이 계엄군에 의해 함락되던 날 아들 문재학은 계엄군의 총탄에 꽃잎처럼 쓰러졌다. “집에 가자, 계엄군이 쳐들어 온단다” 44년동안 가슴에 켜켜이 쌓였던 울분이 노래가 돼 터져 나왔다.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또 다른 음악이 돼 잔잔하게 퍼진다.

이날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마련한 ‘오월어머니의 노래’다. 5·18민주화운동의 민주·인권·평화 가치 확산에 기여하고, 오월정신을 계승하고자 지난 2022년부터 시작해 올해 3년째 진행되고 있는 ACC브랜드 공연 중 하나. 5·18민주화운동 이후 가족을 가슴에 묻고 청춘을 던진 오월어머니 열 세분이 무대에 올랐다.

“세월 가면 잊혀질까/ 그리운 당신/ 상무대에 누워있던 30번의 내 남자~” ‘30번의 남자’는 중독성 강한 가사와 리듬으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원사순어머니의 사연도 기가 딱 막힌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큰 아들, 작은 아들 둘 다 5월의 희생자다. 사형수의 아내 이명자어머니 또한 조카의 손을 잡고 나와 ‘오월새’를 목놓아 불렀다. ‘오월어머니의 노래’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들의 40여 년의 한을 노래로 승화한 공연이다. 굴곡진 인생을 살아 온 어머니들이 그동안 가슴에 묻은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낸 것이다. 뜻있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해서 무대화시켰다.

가슴에 묻고 청춘을 던진 오월 어머니들의 사연은 제주, 광주에 이어 오는 6월1일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도 선보여진다. 생생한 사연을 노래로 만든 무대는 노래하는 이에겐 치유를, 듣는 이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동을 던져주었다. 그 어떤 노래가 이보다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을까. 우리에게 오월은 지나간 과거가 아니다. 우리에게 힘을 주고 정신을 일깨워주는 삶의 지렛대다. 오월 어머니, 그들이 부르는 피울음의 노래는 광주, 나아가 대한민국을 깨어있게 하는 동력임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