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에 늘어진 앙상한 가지가 창을 두들긴다
산후풍에 시달리는 아낙처럼 온 마디 마디가 시려온다
구들장을 붙들고 공터처럼 휑한 이불 속에서
달아오르는 신열과 목젖을 타고 솟구치는 물음에 시달린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너의 말, 눈빛, 몸짓들
콜록이는 기침으로 파고들어 끈질기게 물어뜯는다
눈물 대신 땀에 절은 문장들을 주기도문처럼 내뱉는다
가난한 면역은 젖은 기억을 불러 악몽에 시달리고
열꽃을 피우고 떨게 한다
몸 구석구석 남겨진 솜털의 따스한 흔적들이 혈관을 타고 되살아 온다
머리보다 가슴이, 가슴보다 발이 허공을 가로질러 달려가게 한다
차가운 달빛이 서러워 몸을 데운 포도주가
어슴푸레하게 산자락을 물들일 때
술기운 아른아른 물안개로 피어나는 강변을
물구나무 선 음표 되어 휘청이는 두 다리로 너에게 간다
질기고 질긴 맹목적인 그리움의 끝은 어디일까?
몇 번이고 되돌아본다
배경으로 희미해진 꿈결 같은 날들
콧물이 주루룩 떨어진다
너에게로 가는 길이 떨어지는 콧물처럼 직선이라면
시린 몸으로 안개 속을 흐느적거리며 너에게로 간다

<최도순 약력>
▲시인, 시낭송지도자
▲여운시오름문화 대표
▲여운시낭송아카데미, 광주문학관 시낭송 지도
▲한국문학공연예술원 ‘시담’ 이사
▲광주시인협회 사무국장
▲한국신석정시낭송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