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령타운 노인 작품 발표회’에 대한 단상 / 염권철
2023. 11. 28(화) 19:49 가+가-

염권철 前 담양군 보건소장

지난 11월22일, 차가운 날씨가 한결 풀렸다. 북구 효령동 효령노인복지타운을 찾았다. 회원들 작품 발표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공연장 200석은 시작 전부터 회원으로 가득찼다.

무대 뒤 대기실은 출연자들로 북적였다.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시작 전 긴장할 것라는 생각은 이내 사라졌다. 소풍 나온 어린이처럼 들뜬 모습이었다. 우쿠렐레와 오카리나 악기를 연주하는 김경자(80)씨는 “4년 동안 열심히 연습한 실력을 마음껏 뽐내겠다”면서 “내게 취미활동은 보약 먹는 것과 같다”고 자랑했다.

개회식에 이어 회원 108명이 1년 동안 배우고 익힌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1부와 2부로 나눠 시 낭송, 춤과 노래, 악기 연주 같은 11개 작품을 보여줬다. 먼저 청춘예술단 이현갑(71)씨의 노래로 시작됐다. “당신이 얼마나 내게 소중한 사람인지 세월이 흐르고 보니 이제 알 것 같아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라는 노래였다. 가수 연륜과 가사가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고병균(77)씨가 시를 낭송했다. ‘내가 부른 이름, 엄니’라는 자작 시다.

향년 34세 젊디젊은 나이에 하늘나라 가신 엄니에게, 일흔일곱 먹은 아들이 바치는 사모곡이다. “살아 계신다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 한 개 사드리고 싶다”구절을 들으니 동병상련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글의 힘은 역시 대단하다고 느꼈다.

덩더쿵 장구 장단에 손을 맞추던 옆자리 한 분이 내게 말했다. “저 사람은 나보다 늙어 보인디 나이가 무색하게 노래를 잘하네” 다른 분이 거들었다. “참말로 구성지네, 저렇게 하려고 얼마나 연습했을까”. 순서가 끝날 때마다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어떤 회원은 휘파람을 불고 앙코르도 외쳤다. 프로는 아니지만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손수 보여준 것만은 분명했다.

내내 악기 연주와 노래하는 회원들이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어느 장수과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쉬지 않고 배우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생각까지 늙은 것이 아니다.” 내 인생에서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 바로 효령타운 여가 프로그램이 좋은 기회다.

효령타운은 무려 58종류 91개반 여가 프로그램이 있다. 영어 스마트폰 같은 지적활동, 파크골프 스포츠 댄스 같은 신체활동, 악기 서예 같은 감성활동 가운데 고르면 된다. 프로그램은 1년에 3번(1월·5월·9월) 시작한다. 한 번에 4개월 동안 배울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연중 취미활동이 가능하다.

정경남 본부장은 인사말에서 “ ‘무병장수’ 원한다면 취미활동 하세요. 문화와 예술을 즐기면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다 ”면서 “여러 가지 여가를 즐기고 재능 펼칠 기회를 자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행사마다 타운 직원들의 회원 배려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그들이 있기에 효령타운이 ‘노인들 천국’이란 입소문이 났을 거란 생각이 든다.

1시간 반에 걸친 발표회가 끝났다. 발표회는 막을 내렸지만 회원들 도전과 열정은 효령타운에서 계속되기 바란다. 어디선가 새 소리가 들렸다. 창밖을 보니 까치 두 마리가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었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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