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킷리스트, 오토바이 여행 / 최래오
2023. 06. 15(목) 19:51 가+가-

최래오 들꽃작은도서관장

시골살이 중 일상이 지겨워지던 어느 날 목돈이 생겼다. 갑작스런 목돈 앞에서 옛 시절의 꿈이 떠올랐다. 바이크 라이딩이었다. 그 때부터 즐거움이 시작됐다. 한 달 여 동안 검색하고 바이크 가게를 찾아다닌 끝에 원하는 바이크를 찾아냈다. 곧바로 학원에 등록했다. 50년 만에 배우는 오토바이 자격 시험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예전의 몸과 다름을 확인하면서 잠을 설쳤더랬다. 열심히 준비하여 첫 시험에 합격했다. 합격전, 먼저 도착한 바이크를 타고 싶은 욕심에 동네에서 운전하다가 제자리에서 두 번이나 넘어져서 두려움은 더 커져갔다.

‘죽지 않고 모터사이클 타는 법’ 책을 읽으면서 새벽에는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동네 사거리에서 회전 연습을 하고 넓은 공간에서는 속도를 높여 갔다. ‘연습만이 살길이다’, ‘오래 타는 사람이 잘 타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으로 매일 연습했다. 오토바이를 타면서 위험하다고 말리는 사람과 함께 타자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독립군, 외로운 늑대형으로 불리는 ‘나 홀로’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오토바이는 즐길 수 있는 시간과 경제력, 용기가 필요하다. 시간과 용기는 있는데 경제력이 없는 청년, 시간과 경제력은 있는데 용기가 없는 중년이 있다. 시간·경제력·용기가 있는 사람만이 탈 수 있다. 라이딩 중에 만나면 낯선 사람이라도 엄지를 치켜 세우며 서로를 격려한다.

‘나 홀로’ 라이딩 하면서 또 하나의 즐거움은 배기음과 진동이다. 큰 행운은 나주호 주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에 지방도와 계곡이 많다. 계곡에서 주행 중에 느끼는 배기음과 계곡의 공명의 울림에 가끔 소름 돋는 경험을 하곤 한다. 뭐랄까, 진동과 배기음 그리고 계곡의 울림…. 마치 나만의 교향곡을 쓰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든다. 배기음의 차이를 느끼며 어느 순간 울컥한 느낌을 받는다. 1악장은 금관의 무거움으로, 2악장은 가볍고 즐거운 배기음으로, 3악장은 왈츠스타일로 더 가볍고 활기찬 배기음으로, 마지막 4악장은 환희 그 순간 풍광과 울림, 그리고 바이크와 한 몸이 돼 버린다. 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가. 최선을 다해 살아온 나에게 주는 진정한 선물인가라며 황홀감에 젖어든다.

그러다 낮선 라이더를 만나면 서로 인사하며 교감하는 즐거움이 재밌다. 60대 후반에 단순하게 오토바이를 타는 게 버킷리스트였는데 타고 보니 오토바이로 제주도 해안가를 달리는 게 라이더들의 꿈이라기에 제주도 라이딩 여행을 가게 되었다. 홀로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떠났다. 배 선적에서부터 모든 게 처음이었다. 비 내리는 날 폭우 속에 겨우겨우 라이딩 하는 중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서 뒤를 지켜주며 따라오는 승용차, 그분의 배려가 너무 고마웠다. 그 고마움을 다른 이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을 해보았다.

3박5일의 제주도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야간 라이딩이 조금 무리가 됐나 보다. 차가운 밤바람과 곧 어두워진다는 두려움이 겹쳐서인지 집에 도착한 후 탈진한데다가 감기 몸살로 몸져 눕게 됐다. 마음은 청춘인데 몸은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을 잊어버렸던 것이다. 병원에 누워서 내 상태를 점검하며 또 다른 배움을 몸으로 배웠다. 살아간다는 것은 내가 있는 곳을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풍경과 사람들에게서 가슴 설레임을 안게 된다. 그 만남에서 느끼고 배우며 나를 더 넓혀가고 깊어가게 하는 것이 아닐까. 도보 여행은 사색 속에 깊은 여행을 하게 하고 자전거 여행은 체력을 다지며, 조금 더 먼 곳으로의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또 오토바이 여행은 속도의 즐거움을 갖게 하며 다가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달리는 라이더만의 감각을 느끼게 한다. 오늘도 나는 위험을 안고 바람을 뒤로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살아있는 내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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