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에서]또 10년을 흘려보낼 참인가
2023. 04. 27(목) 19:27 가+가-

김종민 논설실장

군공항 이전은 여전히 광주·전남의 최대 숙원이다. 국정과제이기도 한데 진척이 없다. 정치 지도자, 지역 리더들의 ‘소통’과 ‘경청’, 그리고 ‘배려’가 아쉽다.

국가가 사업에 부족한 재원을 지원하도록 명시한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큰 산’을 넘어섰지만 정작 공항이 옮겨갈 지역이 나서질 않고 있다. 되레 제각기 입장과 주장만 연일 경쟁하듯 쏟아내고 있다. 설명회를 수차 열고 적극적인 함평에서도 반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강기정 시장은 지역 여론이라며 광주 편입 가능성을 언급해 반발을 샀다. 전남도의 속내도 복잡하다. 김영록 지사는 군공항을 받지 않겠다고 말 한 적이 없다며 10년 후를 고민해 숙고해야 한다고 했다. 김 지사는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와 연계, 지원을 거론하고 있다.

뭐라해도 군공항이 민간공항과 ‘패키지’로 무안군으로 옮기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전남도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사례도 있다. 광주와 같은 시기에 추진된 이 곳은 이전부지를 확정, 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완강한 반대에 전남도는 머뭇머뭇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생각해야 한다는 집회에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며 궐기대회가 열리는 등 주민 간 다툼도 일었다. 반면 함평군은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며 여론조사를 거쳐 유치의향서 제출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 광주시는 5월 중 신청 접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전남도는 군공항과 관계없이 민간공항을 무안으로 이전해야 한다면서 절차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광주시·전남도·무안군은 2021년까지 광주민간공항을 무안에 통합하기로 협약했으나 군공항 문제가 꼬이면서 결국 무산된 바 있다. ‘통 큰 결단‘, ‘통 큰 보따리’를 놓고 소모적인 여론전이 다시 재연되고 있다.

건드려선 안 될 ‘역린(逆鱗)’인 것인가. ‘(용의 목에) 거꾸로 붙어 있는 비늘’로 군주의 노여움을 뜻한다. 오늘은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그 누구에게도 동일한 의미로 확장됐다. 광주시와 전남도, 지역 정치권이 국가 책임 범위가 축소된 특별법의 미진한 부분을 시행령을 통해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때에 갈등과 대립만 부각되고 있다. 시도민의 피로 또한 커지고 있다.

강 시장, 김 지사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국회의원 경력(강 3선·김 재선)으로나, 문재인 정부 정무수석(강), 농림축산식품부장관(김) 수행으로 보더라도 능력은 충분하다. 누가 갑(甲)이고 누가 을(乙)일 수 없다. 1천년을 함께 해온 공동 운명체의 미래, 백년대계를 세우는 일이다. 동등한 ‘을’의 자세로 함께 행동해야 한다.

민주당 소속 선출직 단체장이라는 신분을 감안하면 비교적 정책 결정에서 자유롭다 할 임기 전반기에는 물꼬를 터야 한다. 최근 공포된 광주 군공항 특별법이 8월 말 시행된다는 것도 고려 요소다. 이를 놓친다면 2024년 4월 총선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주민 투표, 예비이전후보지 공고, 이전부지 최종 확정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대규모 역사다. 의미있는 ‘첫 걸음’ 정도는 떼야 하는 것이다. ‘통 큰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광주 군공항은 1964년 개항 이후 주변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소음 피해 및 재산권 침해, 도시 발전 제한 등의 문제가 발생해 이전에 대한 시민의 요구가 높아졌다. 광주시는 공공기관 이전 시즌2로 한국공항공사 본사 유치라는 선물도 얹었다. 서남권 관문으로 2007년 문을 연 무안국제공항은 2025년 활주로 연장 사업 준공과 호남고속철도(KTX) 경유 노선 개통을 예정하고 있다.

지방 소멸이 다가온다. 한 뿌리 광주와 전남이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강 시장, 김 지사는 ‘절대 불가하다’는 무안에서 실익을 따져볼 설명회부터 주선해야 한다. 주민들은 소음 피해를 우려하지만 완충구역 설정 등으로 제한적이라는 점, 일부 정보의 왜곡도 작용한 점 등을 바로잡아 올바르게 알려야 한다. 국가 안보상 군공항의 입지 여건도 간과해선 안 된다. 보다 냉철하고 현명하게 판단하도록 역할해야 한다.

2013년 광주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기부 대 양여 방식의 한계가 있었다 해도 지나쳤다. 그렇게 ‘빈 손’으로 10년을 흘려 보냈다. 앞으로 또 10년을 흘려 보낼 수는 없다. 이번 특별법으로 주민 설득이 원활하게 됐다. 강 시장과 김 지사가 상생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반드시 상생의 결과물이 돼야 한다. 군공항 이전, 참 어려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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