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형제인, 전북이 최근 날개를 달았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도정 전반에 걸쳐 새로운 희망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어서다. 19일 오전 ‘전북도-국회의원 조찬간담회’가 끝난 직후 국회 의원회관 9층에서 새로운 전북을 이끌고 있는 김관영 전북지사를 만나 광주·전남·전북의 상생 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대담=김진수 서울취재본부장

▲민선 8기 전북지사 취임 이후 전북 도정이 많이 바뀌었다는 도민들의 목소리가 많다. 취임 반년도 안된 지난해 12월 ‘전북특별자치도법 국회통과’ 결실을 이끈 배경은 무엇인가?

-‘도전경성(挑戰竟成), 도전하면 반드시 이뤄낼 수 있다는 신념으로 임했다. 강원도가 특별자치도법을 통과시키는 데 10년 넘게 걸렸다. 그에 비해 전북도는 수개월 만에 법안을 통과시켰다. 선두 주자로 강원도가 나선 덕도 있었지만, 우리 또한 얼마나 치열하고 밀도 있게 뛰었는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통과 과정에서는 협치의 힘이 정말 컸다. 지역 국회의원, 지역 정치권이 여야 구분 없이 한 팀이 돼 최선을 다해줬다. 한병도 의원(민주당)과 정운천 의원(국민의힘)이 같은 날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열며 본격 시동을 걸었다. 전북 정치에 협치와 소통의 엔진이 가동된 것이다.

행안위·법사위 통과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타 시·도와 여야, 정부부처를 설득했다. 결국 전북이 특별한 발전 전략을 추구할 수 있고, 이것이 국가균형발전의 길이라는 전북의 마음이 통했다.


▲‘특별’ 자가 붙을 때와 없었을 때를 비교하면 전북도정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내년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전북지사로서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도정을 3-4개 정도 간추려 달라.

-민주주의에 헌신했던 전북에서 새로운 경제성장의 신화를 창출하는 것, 이것이 저의 지향이다. 우리가 함께 혁신하고 함께 성공하는 새로운 전북을 도정의 지표로 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길을 여는 첫 번째 열쇠는 기업 유치와 지역 기업 혁신이다. 동시에 전북의 잠재력이 깃든 농생명바이오식품산업과 문화관광산업 육성, 새만금 내부 개발도 역점 과제다.

출범 준비 중인 전북특별자치도 역시 기업 유치와 경제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는 특례 발굴에 방점을 두고 있다. 농생명바이오식품 관련 특례, 문화관광 특구 지정 관련 특례 등을 구상 중이다.

농업은 스마트농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조성된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와 2천850만평(94.3㎢)이 넘는 새만금 농생명용지는 스마트 농업의 무대가 될 것이다.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전북의 농생명연구 인프라는 스마트 농업의 성장을 확실하게 뒷받침할 것이다.

K-컬처의 본류로서 전북의 잠재력도 극대화하고 있다. 전북에는 한옥·한식·한복 등 우리 고유의 의식주 문화가 가장 잘 보존돼 있다. 이들을 산업화하는 게 과제다. 오는 8월 열릴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는 4만3천여명의 세계 청소년이 참가한다. 전북 문화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새만금도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올해 여름 완공되는 내부형 십자도로를 비롯해 향후 5-6년 안에 공항과 항만, 인입철도 등 교통 물류망이 완공되고, 내년이면 스마트수변도시에 첫 아파트 분양이 시작된다. 최근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사가 2차전지 생산시설을 건립하기로 하고 전북도와 1조2천억원 투자 협약을 맺는 등 기업 투자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사 취임 이후 국장이 보고하고 과장들이 배석하는 기존 업무보고 방식에서 벗어나 팀장급이 주축이 되는 오디션 방식으로 바꿨다고 해 화제가 됐다. 팀장급 주축의 오디션 업무보고 방식은 무엇인가.

-사무관들은 도정의 허리와 같다. 가장 역동적으로 일을 하고, 가장 창의적인 도전을 이끌 수 있는 핵심 인력이다. 그래서 과장급 이상에서만 이뤄졌던 업무보고를 과장급뿐만 아니라 팀장급 사무관들로부터 직접 보고 받겠다고 했다. 그 첫걸음으로 모든 팀장에게서 벤치마킹 아이디어를 보고받았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253명의 사무관 전원이 253개의 벤치마킹 사례를 발표했는데, 정말 버릴 게 하나도 없었다. 모두 채택해 시행하도록 했다. 특별히 잘한 사례에는 승진 가점 등 인센티브도 줬다.

지금도 내 가방에는 팀장들의 253개 아이디어가 담긴 보고서가 들어 있다. 나에게는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보물과 같다. 공무원들도 지사 앞에서 발표한 아이디어가 실제 정책이 되니 자신감은 물론, 책임감도 커졌다고 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직원들의 생각을 도정에 반영하겠다. 큰 혁신은 작은 변화의 축적에서 온다.


▲도정을 원만히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북 여야 국회의원들과의 소통이 중요할 것이다. 지역 국회의원과의 업무 협조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협치가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제도화가 필요하다. 현안이 있을 때만 열리던 정치권과의 조찬 간담회를 정례화한 이유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여야 지역 국회의원들과 무조건 만나고 있다. 보좌관 간담회, 정당 관계자와의 소통도 꾸준히 하고 있다. 국회 상황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최근 서울본부를 국회 근처로 이전했다.

5월이면 부처 예산 편성이 본격 시작된다. 이쯤부터는 예산정책협의회도 활발히 움직여야 한다. 협의회를 기반으로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2년 연속 국가예산 9조원대 달성을 위해 뛸 계획이다.

지역 정치권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중앙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소속 야당 지사다. 여권과의 소통을 위해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전북 각 지자체와 연결하는 ‘동행의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북도 만의 ‘전북 연고의원 제도’를 통해 소병훈 농해수위위원장, 신동근 기재위 간사 등 31명의 여·야 국회의원과도 적극 소통하고 있다.

도정이 제대로 움직이려면 예산, 입법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려면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 실제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특별법 개정’, ‘국립의학전문대학원법 제정’, ‘전북특별자치도 특별법 시행령 마련’ 등 입법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전북 발전을 위해 지역과 여야를 넘어 소통과 협치를 강화해 결실을 거두겠다.


▲지난해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17개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인구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자체가 외국인 비자 발급 권한 일부를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지자체에서도 매우 관심이 클 것 같은데?

-인구 문제와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이민 정책도 고려해볼 시기라고 본다. 농촌이나 제조업종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지역 인구의 10% 범위에서 지사가 비자를 발급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건의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법무부가 시범사업으로 시행 중인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이다.

국내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 등 검증받은 외국인에게 지역 특화 업종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5년 기한의 취업 비자를 발급하는 게 골자다. 전북을 비롯해 인구 감소 지역이 있는 10개 광역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전북도는 법무부로부터 정읍·김제·부안 등 6개 시·군을 대상으로 400명을 배정받았는데, 6월 말까지 대상자를 모두 모집할 계획이다.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지역특화형 비자 취업박람회 등을 열었고 시·군 우수기업과 일자리를 연계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현재는 시범사업인 이 권한을 앞으로 전북특별자치도 특례규정으로 넣어 사업 범위를 특별자치도 전 지역으로 확대할 생각도 갖고 있다.


▲호남은 지리적으로 볼 때 광주·전남·전북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언제부터인가 광주·전남과 전북이 함께 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가끔 여러 현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맞게 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런 갈등은 비단 호남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방자치가 발달하면서 각종 국책사업을 둘러싸고 지역 간 경쟁이 치열하다. 한정된 예산과 사업을 두고 제로섬 게임이 벌어지다 보니 내부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전북과 광주·전남은 상생의 길로 가야 한다. 같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고, 비수도권이라는 공통 분모로 묶인 공동 운명체다. 전라도의 위상을 높이고 상호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책임을 세 지역이 짊어지고 있다. 앞으로 모두의 상생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데에 앞장서겠다. 광주·전남도 함께 해주기를 제안드린다.


▲전북과 광주·전남간 심리적 거리감을 해결하고, 하나 된 호남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소통과 협력이 답이다. 지역 간 신뢰를 축적하고 각각의 강점을 바탕으로 전국적 무대에서 성취해내고, 공동 과제를 위해 함께 힘을 모으며 우리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전북은 내부적으로 이미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 바로 전주시와 완주군의 상생협력사업이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찾아 합의점을 도출하다 보니 벌써 5차 협약으로 이어졌다. 관광과 문화, 교통과 도로, 생활여건 등 함께 개선하고 혁신할 수 있는 사업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

전북과 광주·전남도 실질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2017년 하반기부터 멈춰 있는 호남권 정책협의회부터 재가동해야 한다.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머리를 맞대면 의외로 쉽게 풀린다.

먼저, 공동 사업을 중심으로 함께 정책 협력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함께 힘을 모아 성취하고 확장해야 한다. 호남 발전이라는 공동 목표 만을 생각한다면 분명 해법이 보이고 길이 열릴 것이다.


▲초선 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재선 국회의원 시절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남 대표 차기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발돋움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는데.

-지금 저는 오직 전북 발전의 결실을 거둬내야 한다는 책무 만을 새기고 있다. 전북에서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새로운 성장과 더 나은 삶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전북이 가는 길이 대한민국이 가는 길이 되게 만들고 싶다.


▲김 지사는 공인회계사 시험, 행정고시, 사법시험을 모두 합격한 스펙을 갖고 있다. 광주·전남 젊은이들에게 해줄 격려의 말은.

-많은 분들이 고시 3관왕이라는 이력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12년이라는 긴 시간과 6번의 실패가 있었다. 제겐 3관왕의 성공보다는 실패의 시간이 더 큰 자산이었다. 도전 정신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제가 공부하던 시절과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끝났다고들 한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잘 배운 청년 세대가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해 안타깝고 미안하다.

열심히 하면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 그 희망을 찾아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청년들도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한다. 무엇보다 도전을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 고 김대중 대통령인데, 대통령님의 말씀을 청년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청년들의 도전과 성취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프로필
▲군산(54) ▲군산제일고·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공인회계사 합격(1988년) ▲행정고시 재경직 합격(1992년) ▲사법시험 합격(1999년) ▲김앤장 변호사 ▲제19-20대 국회의원 ▲민주당 수석대변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비서실장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민선 8기 전북지사

/정리=김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