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 성장이 가속되면서 지역간 격차 및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자립 발전을 통해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과 국가균형발전에 주력하고 있다. 이정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략기획위원장을 만나 불균형의 현황과 대책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어떤 조직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집권하자마자 수도권이 너무 비대해지고 있다고 판단, 비수도권의 발전 방안을 혁신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만들었다. 당시 분권위원회와 균형위원회를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데 그 균형위원회다.


▲보수당 후보로 순천에서 국회의원에 2번 당선됐고, 새누리당 대표도 역임했는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전남지사 선거에 출마해 도민들이 18.8%라는 경이적인 표를 몰아주시는 바람에 그게 힘이 됐다. 사실 (선거 끝나고) 대통령이 전화를 주셨다. 여러 가지로 고생했다며 연금 개혁을 맡아달라면서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제안했다. 그러나 더 시급한 것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국민 통합이고 이를 위해서는 호남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호남에서는 지난 30여년 동안 보수당 출신 군의원 한 명도 제대로 키우지 못해 지역의 각종 현안을 이 정권에서 얘기해줄 사람이 없다며 그 대변을 하겠다고 간청해 맡았다.


▲국가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가?

-역대 정권마다 지역 균형 얘기를 했지만 정책의 실효성이 없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도권 면적은 국토의 11.8%다. 그런데 인구의 52%가 몰려 있다. 서울은 지하도 부족해 한강 밑으로 길을 뚫어도 차가 막힌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격차는 더 벌어진다. 디지털 기업 기준 매출액의 92%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기업체 수는 89%, 전문가는 82%가 수도권에 있다. 반면, 광주·전남은 0.4%에 불과하다. 이래서는 지방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래서 텅텅 비어가고 있다. 전남은 18개 군(郡) 중에 17개가 인구 소멸지역이다. 전국적으로는 226개 군 가운데 89개가 소멸 대상이다.


▲지역소멸의 심각성과 대책은 있나.

-지역 소멸은 국가 재앙으로 규정해야 한다. 이 재앙을 극복하기 위해 지금처럼 정책을 하나하나 추진하게 되면 오히려 지역 소멸이 가속된다. 국가 대개조를 해야 한다. 행정부처, 재정, 조직과 인사를 과감하게 내려보내고 그 다음에 수도권에 있지 않아도 되는 대학이나 기관, 기업 등을 모두 지방으로 강제로라도 내려보내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런 결단과 결심이 없다면 국가 소멸을 이겨낼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52%가 집중돼 있는데, 일본은 최고 집중됐을 때가 33%, 프랑스는 22%, 미국은 0.5%다. 즉, 현재 수도권 집중으로 환경, 주택, 범죄 등 도시문제가 발생한다.


▲이전 정부에서도 수도권 집중화와 양극화 대책 등을 추진해 왔지만 실효가 없었는데.

-첫째는 정치 때문이다. 수도권에 인구가 몰려 있고 유권자도 집중돼 총선과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려면 수도권을 잡아야 했다. 따라서 수도권에서 요구하는 민원 등을 풀어줘야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울을 320만명 이상 절대 키우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후 대통령들이 개발제한구역을 야금야금 풀어 서울로 (인구가) 몰리게 해, 지금은 970만명이 됐고 계속해서 수도권을 키우고 있다. 둘째는 대통령이 5년 단임제다 보니 어떤 정권이 비수도권 발전 정책을 펼쳐도 정권이 바뀌면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아 이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서울에 재밌는 게 많아 청년들이 몰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지방으로 내려보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 규제를 풀어 서울로 몰려들고 있다.


▲수도권과 비교해 광주·전남지역 불균형은 심각한 상황인데.

-지역 소멸과 불균형 등 광주·전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으로 풀어야 한다. 한가지 사례를 들자면 광양에는 제철 조강 세계 1위인 광양제철소가 있다. 2천600만t을 생산한다. 포항이 1천800만t으로 세계 2위다.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전기차의 철판 대부분이 광양제철에서 나온다. 초경량 강판도 광양에서 생산한다. 전기차의 배터리에 들어가는 70%가 양극재와 음극재인데 모두 광양에 있는 포스코케미칼에서 생산한다. 그런데 광주 기아차는 트럭이나 스포티지만 생산한다. 광양에서 전기차 소재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고 여기에서 생산하는 부품을 활용해 광주공장의 생산 규모를 50만대에서 80만대로 늘리고, 협력업체도 대폭 늘린다면 현재 광주 경제의 37%를 차지하는데 비중이 60-70%까지 늘고 광주경제도 더 잘 돌아갈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토 균형정책은?

-아직 취임한 지 1년도 안 됐지만 방향은 잘 잡고 있다. 그동안은 중앙정부에서 생색내기 위해 예산, 제도, 규제를 쥐고 풀어주는 식으로 추진해 균형 발전이 제대로 안 됐다. 예를 들어 신안군의 발전 방향을 잘 아는 사람은 신안군수와 해당 지역 공무원들인데 중앙에서 공모를 통해 여건이 되면 똑같이 나눠줘 지역에 맞는 것이 제대로 안 됐다. 현 정부는 패러다임을 확 바꾸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발전 방안과 계획을 자체적으로 세우고 규제도 개별적으로 제시하면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세금도 법인세, 소득세, 이전세, 양도세 등은 물론 가업 승계 기업이 내려온다면 상속세까지도 감면을 해 주겠다는 정책 등을 이미 제출해놨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을 어떻게 보고 있나.

-당원으로서 잘 됐으면 좋겠다. 다만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가 저런 식은 안 된다. 돌이켜 보면 지난 대통령 선거 때 후보도 (자체적으로) 못 내 외부에서 모셔왔다. 한때 이낙연 36%, 이재명 32%일 때 최고가 4.6% 홍준표였다. 이게 정당이 맞는가 싶을 정도의 형편없는 조직을 운영하기도 했는데 지금 당 대표 경선의 제일 관점은 어떻게 당을 바르게 새롭게 국민 눈에 맞게 할 것이냐는 것으로 가야 하는데 너무 지엽적이고 감정적인 데다, 구체적인 어젠다도 없어 안타깝다.


▲선거구제에 대한 견해는?

-선거 제도 그 자체는 정치 개혁이 아니다. 지난 1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한 지역구에서 두 명씩 뽑는 중선거구제도도 해봤다. 그래도 정치가 나아진 것이 없었다. 정치 자체가 변해야 한다. 선거구를 어떻게 바꾸냐는 굉장히 어렵다. 특히 중선거구제는 선거구가 3분의 1로 줄어드는데, 현역 국회의원들이 그 법을 통과시키려고 하겠는가? 국회 통과가 어렵다. 너무 늦게 시작했다.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