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연구원 지역현안 제언]기후우울증과 탄소중립 / 조승희
2022. 12. 06(화) 19:18 가+가-

조승희 기후변화정책연구센터장

기후우울증(Climate Depression). 조금은 생소한 단어가 올해 2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 제2실무그룹 보고서에 등장했다. 기후우울증은 기후위기로 인해 불안, 스트레스, 무기력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나타나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전세계 기후변화 정책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제기구가 8년 만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사용한 용어이니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닌 듯하다.

사실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지만, 이 단어가 이번에 처음 언급된 것은 아니다. 2017년 미국심리학회는 기후위기에 만성 두려움을 느끼는 증상을 기후우울증이라고 진단했고, 세계보건기구(WHO)도 기후변화는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천년 만에 홍수가 난 미국 사막지대 데스밸리, 기록적 폭염으로 2만여 명이 사망한 서유럽, 80년 만에 최고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운 서울 등. 올해만 해도 이상기후와 관련한 많은 기사가 쏟아졌고, 이러한 기사를 접할 때마다 놀랍고,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최악의 가뭄으로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현재의 우리 지역 상황도 여느 지역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장한다고 비판받을 수도 있겠지만, 최근 돌아가는 상황이 그렇다. 기후위기는 현실이고,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이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발생하는 이상기후 현상은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 확실하다고 IPCC는 밝히고 있다. 실제로 지구 이산화탄소(CO2) 대표 측정지점인 하와이 마우나로아의 CO2 농도는 산업화 이전 280ppm에서 2022년 8월 현재 414.4ppm으로 48%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지구 평균기온은 1℃ 이상 상승했으며, 폭염, 호우, 가뭄, 열대 저기압(태풍) 등 극한현상의 발생 빈도와 강도는 모두 증가하고 있다. 유엔재난위험경감사무소(UNDRR)는 2000-2019년 동안 기후와 관련한 자연재해로 인해 123만명이 사망했고, 재산피해 규모는 2.97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 세계는 살기 위해 2015년 파리협정을 맺고 금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IPCC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권고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져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로 인간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고, 산림, 갯벌 등의 흡수원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EU, 미국 등 전 세계 140여 개 주요 국가가 탄소중립 목표를 정하고, 관련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국제사회, 정부와 함께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자체는 탄소중립 정책의 이행 주체이자, 탄소중립이 실현되는 공간이다. 광주시와 전라남도도 각각 2045년과 205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탄소중립을 국가보다 5년 빨리 달성하겠다는 광주시. 철강, 석유화학 등 온실가스 다배출 구조를 과감하게 혁신하겠다는 전라남도. 광주와 전남 모두 결코 쉽지 않은, 하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을 선택했다.

광주와 전남의 담대한 도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시·도민의 관심과 공감,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탄소중립은 편리함만을 추구하던 우리의 문명과 생활방식을 바꾸는 일로 불편하고 어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의 불편한 삶이 지구와 인류를 살리는 일임을 깨닫고 생활 속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도꼭지 잠그고, 전등 끄고, 일회용품 안 쓰고.

기후우울증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젊은 세대에게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성장과 편리함만을 추구했던 우리는 이미 우리 자녀들에게 기후위기란 큰 짐을 지웠다. 우리의 앞으로의 노력에 따라 우리 자녀들의 기후우울증 심각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위기와 관련해 “인류는 화석연료에 대한 중독으로 인해 집단자살이냐, 집단행동이냐의 갈림길에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의 선택지는 집단행동이어야 하며, 지구와 우리 지역 그리고 우리 자녀들을 위해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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